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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당의 정치 파업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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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당의 정치 파업은 안 된다

입력
2016.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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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가결의 여파로 정기국회 첫 국정감사가 일그러졌다. 26일 상임위 곳곳에서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었다.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당수 상임위는 아예 문도 열지 못했고, 야당만 참여한 반쪽 국감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한 결과다. 야당도 아닌 여당 주도의 국회마비 사태는 여러모로 생소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과 책무를 집권당 스스로 내팽개치는 행태일 뿐이다.

김 장관 해임건의 가결 이후 여당의 반발 강도가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날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다며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정현 대표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또 최고위원회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다양한 방식의 ‘의장 사퇴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국정감사 참여를 주장했지만 다수의 불참 여론에 묻혔다. 정 의장이 요청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정 의장에 대한 막말도 잇따랐다.

여당의 반발에 수긍할 만한 부분이 없지 않더라도, 품위를 저버리거나 도를 넘어선 행동은 곤란하다. 과거 야당이 걸핏하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국민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소수로 전락한 여당이 집권당의 막중한 책무를 망각한 채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여당이 사퇴와 형사고발까지 운운하며 집중적 비난을 퍼붓고 있는 만큼, 정 의장도 스스로의 판단과 언행을 되돌아봐야 한다. 24일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차수 변경과 관련해 의사일정 변경 시 교섭단체 협의를 거치도록 한 국회법 규정 위반 논란은 결과의 정당성에 작지 않은 흠을 남겼다. 의장 스스로 엄격하게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중립의무 위반 시비는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표결 과정의 소란한 틈에 야당을 편드는 듯한 발언까지 마이크로 흘러 들어가 정 의장이 군색한 해명을 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국회의장의 중립성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여당의 반발을 정치공세로만 여겨서는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이번 사태로 드러난 정치권의 최대 약점은, 청와대의 오기까지 보태진 정치력 부재다.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가뜩이나 힘든 국민에 짜증만 안기고 있다. 당장 정치적 해결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촉구한다. 국회 마비사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집권당의 정치파업이야말로 어떤 경우든 허용될 수 없는 정치적 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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