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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에 유산균 사료 먹여 면역력 높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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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에 유산균 사료 먹여 면역력 높였죠”

입력
2015.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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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프로바이오틱스 기법 도입한 장성용 두지포크 대표

사람도 비싸서 잘 못 먹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를 매일 물처럼 먹고 자라는 돼지가 있다. 이 돼지들은 지금껏 구제역 한번 걸리지 않은 것은 물론, 생산비까지 절감시켜 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 프로바이오틱스 사육 기법을 도입해 적잖은 성과를 거둔 두지포크 얘기다. 이 회사 장성용(55) 대표는 “돼지의 설사병과 호흡기 질환은 모든 양돈 농가의 고민인데, 프로바이오틱스 사료를 먹인 돼지는 항생제 없이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자라준다“며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건 물론”이라고 했다.

양돈 경력 30년으로 현재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 양돈 농가를 운영하는 장 대표는 양돈에 좋다는 갖은 기법을 동원해봤지만 돼지들이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설사병을 앓다가 폐사하는 일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 2010년 프로바이오틱스 기법을 쓰기 시작하면서 두 달 만에 돼지들의 설사병이 완쾌되고 폐사도 없어졌다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구제역의 관계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만들어지는 생리 활성물질이 돼지의 면역력을 높이고, 그 결과 구제역도 막아준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축산학 학사, 경영학 석사 출신의 장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를 위해 최근 전북대에서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돼지 1만5,000여두를 기르는 장 대표는 한 달에 100톤씩 자체 생산하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액상 사료를 만든 뒤 돼지 한 마리당 하루 평균 6리터씩 마시게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기법을 쓰는 양돈 농가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사료의 질이 다른 농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장 대표 주장이다. “우유 단백질과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 천연소금 등 최고급 원료를 발효해 만들기 때문에 축사 진원은 물론 동네 사람들도 프로바이오틱스를 한 잔씩 마신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프로바이오틱스는 사료뿐 아니라 축사 청소에도 쓰인다. 다른 농가들은 보통 소독약을 사용해 축사 청소를 한다. “미생물로 축사를 소독하면 유익균이 축사 골고루 퍼져 유해균이 기를 펼 수가 없어요. 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소독약을 쓰지 않으니 식품 안전성에도 바람직하죠.“

장성용 두지포크 대표가 돼지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용해해 만든 사료를 먹이고 있다. 두지포크 제공
장성용 두지포크 대표가 돼지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용해해 만든 사료를 먹이고 있다. 두지포크 제공

돼지에게 비싼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려면 생산비가 많이 들지 않을까. 오히려 장 대표는 “생산비가 10~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돼지 폐사율이 낮아지고, 항생제나 소독제 구입 비용이 줄면서 전체적인 생산성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인 돼지는 일반 돼지와 비교해 수분 함량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다. 이를 입증한 미국 연구기관 자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뿐 아니라 유통에도 남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장 대표는 회원들에게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1~2㎏씩 돼지고기를 보내는 회원제 판매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회원 수가 벌써 4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정성 들여 키운 돼지를 육가공 업체에 넘기기 보다는 진가를 아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더 보람이 크다”며 웃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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