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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현대차가 매입한 강남 한전부지 돌려달라”

입력
2016.02.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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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봉은사 땅… 군사정부 시절 빼앗겨”

환수위까지 출범시켜 법적 대응 천명

봉은사 총무국장 법원스님이 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은사 총무국장 법원스님이 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불교 조계종이 현대차그룹에 매입된 옛 한전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은 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 정권 시절 국가 권력에 의해 법적 효력 없이 강제 수용된 한전 부지는 봉은사가 원 소유자이므로 봉은사 사부대중의 품으로 돌아와 전통문화 보전과 진흥의 도량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9월 10조원에 매입한 한전부지(서울 강남구 삼성동 167)는 본래 봉은사 소유 토지였으나 1970년 당시 상공부가 조계종 총무원을 상대로 사들였다. 당시 정부에 매각된 봉은사 토지는 약 33만㎡(10만평)로 한전부지뿐 아니라 현재 코엑스 일부, 경기고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다.

조계종은 이날 총무원 산하에 ‘한전부지 환수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종단과 봉은사, 법률대리인 등이 함께 환수를 위한 각종 절차적, 법적 절차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환수위는 공동위원장인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재무부장 유승 스님, 사회부장 정문 스님, 봉은사 신도회 임원 등 위원 7명으로 구성됐다.

원명 스님은 회견에서 “토지 거래 당시 상공부가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총무원을 압박했다”며 “거래 대상이 봉은사가 돼야 하는데도 봉은사가 반대하자, 엉뚱하게 총무원으로부터 땅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상공부가 실제 땅 주인인 봉은사 대신 총무원과 계약하는 등 당시 계약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봉은사는 지금은 총무원 직영사찰이지만, 당시는 별도 사찰로 운영되고 있었다.

조계종은 토지 대금 역시 당시 적정액(평당 9,000~1만2,000원)의 절반 수준인 5,600원에 계약이 강행됐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이 공개한 당시 계약(1970년 9월 27일)을 보면 상공부는 총무원에 5억6,000만원을 주고 10만평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와 있다. 원명 스님은 “상공부는 토지를 수용할 때 상공부와 대한중석광업, 포항종합제철 등 10개 회사가 입주할 정부청사 부지로 쓰겠다고 했으나 한국전력 외에 어떤 회사나 기관도 이주하지 않았다”며 “군사정권이 국가사업이나 정부 일이라는 명분으로 사찰 경내지를 강제 수용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계종이 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선 것은, 그 동안 다양한 물밑 작업을 통해 땅을 돌려 받거나 합당한 땅값을 얻어내려 했으나 정부로부터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명 스님은 “봉은사는 한발 양보해 2007년부터 한국전력을 상대로 정당한 가격에 수의매각할 것을 정중히 요청했으나 단 한번의 회신도 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면서 “한전은 95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보충할 목적으로 상업지역 용도 변경을 전제로 한 일방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봉은사 측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자료,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이 사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은 이날 작심한 듯 “당시 군사정부로부터 투기억제세를 통해 압박을 당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어설픈 봉은사 토지 수용 계약 후 종단 안팎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른 종단소유 토지에 대해 돌연 9,200만원의 투기억제세를 부과해 종단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환수위 대변인 김봉석 변호사는 “당초 체결된 계약 자체가 법적 결함을 지니고 있는 만큼 조만간 법률대리를 할 로펌을 선임해 ‘원인무효에 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종단이 승소하면 봉은사가 땅을 돌려받고, 현대차측이 한전으로부터 매매대금(10조)를 돌려받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명 스님은 “봉은사는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에 창건돼 한국전통문화를 숭상하고 지켜 온 사찰”이라며 “봉은사 소유 토지를 환수해 전통문화가 빛나는 공간, 시민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소통하고 문화를 펼칠 수 있는 공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진정한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다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4)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들어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조감도. 현대차글로벌비지니스센터 부지 가운데 사옥타워는 115층에서 105층, 호텔타워는 62층에서 51층으로 하향된다. 현대차그룹은 전시, 공연장은 특화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건물을 독립적으로 건설키로 함으로써 공공성을 향상시키고 문화.예술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들어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조감도. 현대차글로벌비지니스센터 부지 가운데 사옥타워는 115층에서 105층, 호텔타워는 62층에서 51층으로 하향된다. 현대차그룹은 전시, 공연장은 특화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건물을 독립적으로 건설키로 함으로써 공공성을 향상시키고 문화.예술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 제공

강남 봉은사 땅 소유권 변화

1970년 1월 서울시, 봉은사 땅 매수 시도에 봉은사 반발

1970년 9월 상공부, 조계종 총무원에게서 매입

2007년 봉은사, 한전 상대 “정당한 값 수의매각” 요청, 한전 거부

2014년 한전, 10조원에 현대차에 매각

2015년 조계종 총무원ㆍ봉은사 등 대응 검토

2016년 조계종 총무원 법적 대응 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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