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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의 이념은 조선에서 왜 변질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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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의 이념은 조선에서 왜 변질되었을까

입력
2016.1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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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와 조선

장인용 지음

창해 발행ㆍ292쪽ㆍ1만6,000원

“이게 다 유교 때문이다.”

가부장제에 짓눌린 여성들만 이런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장남에 차별받는 차남도 했고, 혈연과 지연에 소외된 사람들도 했을 것이다. 이런 불평분자에게 이 책은 ‘사이다’ 같다.

저자는 일단 종법이 구축된 배경부터 설명한다. 종법은 주나라가 중원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시스템이다. 작은 씨족 집단에서 기원한 주나라는 모든 씨족을 이끌어야 했다. 이 씨족들을 하나의 거대 가족으로 재구성해낸 것이 종법이다. 주희가 살았던 송나라는 씨족이 지배하지 않았다. 주희가 군신 등의 관계에서 예의 문제를 고심한 것은 종법상 가족이 아닌 황제와 신하를 결속짓기 위함이다.

성리학이 물 건너 닿은 조선은 씨족 중심 체제가 완고했던 것도 아닌데 왜 하필 종법 제도가 더 강력히 작동했을까. 저자는 임진왜란을 원인으로 본다. 신하들은 왕과 국가가 자신을 더 이상 지켜주지 않음을 깨달았다. 나라가 지켜주지 않으니 각자도생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종법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지적하는 종법의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대부분 지금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적서 차별은 물론, 부녀자의 인권 침해가 심각했다. 뿐만 아니라 가문을 중시하다보니 자연스레 혈연이 강조된다. 혈연은 지연과 학연으로 이어진다. 온갖 패거리 문화가 발생하고 족보를 위조하는 가짜 명문가들이 무수히 탄생한다. 종법은 결국 조선을 멸망으로 이끈다.

애초 성리학은 주나라의 이상을 좇기 위한 학문이었다. 그 이상주의의 힘은 강력했다. 정도전의 성리학을 보라. 혁명의 사상적 기반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저자는 성리학 그 자체보다, 조선 땅에서 성리학이 변이되는 과정을 더욱 비판적으로 다룬다. 전통적인 역사 서술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 더러 있는데, 저자도 그 부분을 선선히 인정한다.

이제 와서 주나라와 조선 운운하는 것은 너무 오래된 이야기로 보인다. 저자는 조금 다르게 본다. 주나라 때의 관념, 제도는 그 시대에 걸맞는 처방전이기에 지금은 무용하다. 그러나 시대에 걸맞는 처방전을 찾으려는 고심 자체는 충분히 배워볼만하다. 주나라와 조선에 대한 묵상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일이다.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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