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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대통령 겸 코미디언’ 오바마, 마지막 연례만찬에도 웃음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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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대통령 겸 코미디언’ 오바마, 마지막 연례만찬에도 웃음 폭탄

입력
2016.05.0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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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장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장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코미디언 인 치프’의 말솜씨는 여전했다. 3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촌철살인’ 농담이 쏟아졌다. 미국 방송 CNN 등은 대통령의 다른 지위인 군 총사령관(커맨더 인 치프)에서 ‘커맨더’를 ‘코미디언’으로 바꿔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홀로 무대에 서서 관객을 마주하며 대본 없이 벌이는 희극) 능력을 추켜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 농담 소재는 단연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막바지까지 트럼프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연설을 끝내는 척하다가 갑자기 “에이, 농담인데! 트럼프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것 같나요”라면서 웃음 폭탄을 이끌었다. 그는 이어 만찬 단골손님인 트럼프가 올해 불참한 것을 두고 “사실 오늘 그가 안 와서 조금 속상하다. 기자와 유명인, 카메라로 가득 차있는데도 싫다고 하더라. 이 만찬이 너무 싸구려 같은가”라고 조롱했다.

압권은 트럼프의 미인대회 취향이었다. 트럼프가 1990년대부터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해 매년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USA, 미스 틴 USA 대회를 개최한 사실을 오바마 대통령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데 충격적”이라고 짐짓 놀리면서 “그들은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수년 동안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등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라고 트럼프를 야유했다. 아울러 “강가 부동산을 망친 경험이 있는 트럼프가 관타나모 해군 기지도 잘 폐쇄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경영 능력 관련 논란도 건드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창 진행중인 대선 레이스에 대해서도 능숙한 언변으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했다. 그는 먼저 만찬에 참석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에게 인사를 건네며 “공화당 경선이 너무나 잘되고 있다니 축하한다. 계속 그렇게 진행하시라”며 선두주자인 트럼프를 둘러싼 공화당 내분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이 마지막 기자단 만찬이라는 사실을 거론하며 “내년에는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녀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It’s anyone’s guess who she will be)”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염두에 두고 ‘그녀(she)’라고 지칭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만찬장에서는 폭소가 쏟아져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을 포함한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펀치’를 날렸다. 그는 “클린턴이 젊은 유권자층에게 다가서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 이제 막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친척 어르신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고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는 “동무“라고 부르며 그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풍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끝에 도달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농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이제 사망 선고가 떨어질 날을 세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지난주 영국에서 샤워가운 차림의 조지 왕자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면서 “외교의전을 완전히 무시하다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딱 두 마디만 더 하겠다. 오바마는 간다(Obama Out)“는 말을 마지막으로 기립박수 속에 연설을 마쳤다.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만찬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을 비롯해 영국 배우 헬렌 미렌,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 등 2,600명의 정치ㆍ경제ㆍ언론ㆍ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참석한 것을 눈치채고 그를 트럼프와 비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다른 뉴욕 갑부인) 블룸버그는 정책의 깊이가 있다. 그의 부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서 좌중의 야유를 자초하는 여유를 보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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