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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조원 구조조정펀드 설립안 치밀한 준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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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조원 구조조정펀드 설립안 치밀한 준비 필요해

입력
2017.04.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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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양기의 장기 정책계획은 자칫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가 13일 내놓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구조조정펀드 설립 계획은 주목된다. 금융위가 이날 ‘신(新)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통해 밝힌 계획의 골자는 앞으로 5년 동안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에서 4조원, 민간자금 4조원을 ‘매칭투자’ 방식으로 모아 총 8조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자금을 받는 펀드 운용사는 부실기업의 채권ㆍ주식 등을 사들여 정상화나 청산을 주도하게 된다.

금융위가 초대형 구조조정펀드 조성 계획을 낸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가 사실상 행사해온 기업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시장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최근 추진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 하나는 더 이상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적 입장에 서다 보니 시장원리를 간과하기 십상이고, 국책은행은 은행의 보수적 특성 상 기민한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 따라서 부실기업 자산인수 여력을 충분히 갖춘 PEF를 육성해 구조조정 무대의 ‘메기’로 활동케 한다는 것이다.

이런 PEF는 고위험(high risk) 부실기업이나 부실채권에 투자해, 고수익(high return)을 노리는 영미 자본시장의 벌처 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된다. 철저한 수익성에 입각해 기업 부실화 상황을 긴밀하게 점검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정도의 부실이 발견되면 민첩한 행동에 착수한다. 시장에 뒤처진 기업을 신속히 퇴출시키거나 정상화해 전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상시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엔 지금도 45개의 기업재무안정 PEF가 존재한다. 하지만 PEF 1개 당 평균 자금 869억원 정도의 소규모여서 눈에 띄는 활동은 부진했다.

하지만 거대자본의 신속한 결집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자본조성에 나서고 펀드 신설의 주체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면 자칫 ‘관치’ 시비가 재연될 수 있는 데다, 시장원리 작동이 방해 받기 쉽다. 따라서 향후 국책은행 등 투자 제한규정이나 PEF 운용 추가 규제완화를 통해 동원 가능한 자본을 기존 시중 금융회사가 흡수해 순수 민간펀드로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을 소폭이지만 전격 상향 조정해 경기회복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럴수록 산업ㆍ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서 구조조정펀드 설립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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