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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후 70년 담화도 '과거형' 사죄… 진정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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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후 70년 담화도 '과거형' 사죄… 진정성 없었다

입력
2015.08.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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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전후 70년 담화(이하 담화)를 통해“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거론했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전후 70년 담화(이하 담화)를 통해“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거론했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 ‘과거형’으로 사죄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 및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동북아 외교지형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전후 70년 담화(이하 담화)를 통해“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거론했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극우진영의 역사관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도 들이닥쳤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게 있어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 “아시아에서 최초에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켰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가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했다.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더는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며 “식민지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의 권리가 존중 받는 세계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에 있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나라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왔던 고난의 역사를 마음으로 새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역대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베 내각은 14일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전체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전후 70년 담화를 정부 공식입장으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오후 6시부터 기자회견을 통해 담화를 직접 낭독하고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다. 일본정부는 담화의 일본어판과 동시에 영문판을 공표했으며, 추후 한국어와 중국어 번역본도 낼 예정이다. 아베 담화는 글자수가 약 4,000자로 전후 50년 무라야마(村山) 담화(1,300여자)보다 분량이 3배 이상 많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2013년 4월23일 국회 발언)고 말하고,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2013년 12월 26일)하며 ‘역사 수정주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번 담화를 둘러싸고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 위령식에서 “앞의 대전에 대한 반성과 전후 평화 국가로서의 행보에 대해서 세계에 발신할 수 있도록 지혜를 결집해서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가 담길 것으로 추측됐던 이번 담화에도 아베 총리의 과거입장이 그대로 반복됨에 따라 주변국과의 관계는 한동안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중일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 중일 정상회담 등 9월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온 외교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담화 발표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에서 비장한 모습을 보이며 결의를 다졌다. 정치적 이벤트에 능한 그가 발표 직전까지 담화의 중요성이나 관심도를 안팎에 부각시키는 행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부인 아키에(昭惠)여사와 함께 야마구치현 나가토(長門)시에 위치한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장관 묘에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부전(不戰)의 맹세 아래 평화롭고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일본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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