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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불법 보조금 '아식스(아이폰6)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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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불법 보조금 '아식스(아이폰6) 대란'

입력
2014.11.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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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 가입자 확보 위해 집중 투입...일부 사이트서 "10만~20만원 판매"

판매점 북새통...정부 제재 검토 나서

2일 새벽 경기 고양시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불법 보조금에 힘업어 10만~20만원대에 판매된 아이폰6를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민제공
2일 새벽 경기 고양시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불법 보조금에 힘업어 10만~20만원대에 판매된 아이폰6를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민제공

휴대폰 불법 보조금이 다시 돌아 왔다. 정부에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으나 이를 비웃듯 한 달 만에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에 수십 만원 대 불법 보조금이 지급돼 제 값 다 주고 산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에 정부는 이통사는 물론이고 처음으로 대리점 및 판매점 제재를 검토하고 나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일부 휴대폰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약 80만원인 아이폰6 16기가 제품을 10만~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심야에 아이폰 구입 대란이 일어났다. 서울 강남 일대와 왕십리역, 화양동, 부산 일부 지역 판매점 앞에는 싼 값에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심야에 북새통을 이뤘다. 네티즌들은 이를 제품명에 빗대어 ‘아식스 대란’이라고 불렀다.

원인은 이통사들이 아이폰6를 이용해 가입자들을 끌어 모으려고 불법 보조금을 집중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통 3사가 아이폰6에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은 월 8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약 18만~20만원이다.

그런데 이번에 지급된 보조금은 이통사가 대리점에 가입자 유치를 위해 내려 보내는 판매장려금 형태로 가입자 1인당 60만, 70만원 가량 지급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챙기고 나머지를 합법 보조금에 더 얹어주는 불법 보조금으로 사용하면서 졸지에 아이폰6 16기가 가격이 20만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이통사들은 불법 보조금의 진원지로 경쟁사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 3사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말에 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는 전산망을 아이폰6 출시에 맞춰 일제히 열어 놓고 번호이동 공방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합의된 싸움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말 전산망 개통은 이통 3사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며 “아이폰6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사실상 불법 보조금 싸움의 신호로 보고 주말 전산망 개통에 반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래부에서 주말 전산망 개통을 막았지만 이통 3사 모두 지난달 31일 밤 10시를 기해 일제히 밀어 붙였다”고 전했다.

그 결과 단통법 이후 사라졌던 대규모 번호 이동 싸움이 일어났다. 이통 3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 동안 번호이동으로 5,284명이 빠져 나간 KT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SK텔레콤도 1,182명을 빼앗겼다. 상대적으로 LG유플러스는 6,466명이 번호이동으로 늘어났다.

피해를 본 것은 단통법을 믿고 사전 예약 등으로 제 값을 다 주고 아이폰6를 구입한 이용자들이다. 인터넷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또다시 호갱(만만한 고객이라는 뜻의 은어)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31일 “단통법이 시행 한 달 만에 자리를 잡았다”며 성과를 강조했던 정부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 급기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이통 3사의 영업담당 임원들을 불러 강력 경고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추가 확인을 통해 대리점 및 판매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 고발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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