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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석달만에 또 금리인하… 해외선 "경착륙 위기" 내부선 "신창타이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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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석달만에 또 금리인하… 해외선 "경착륙 위기" 내부선 "신창타이 성장통"

입력
2015.03.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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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론 또 고개, 작년 7.4% 성장… 7년 만에 반토막

새로운 정상 상태로 가는 과정, GDP 위주 성장 방식 한계 인정

속도보다 질과 효율이 중요, 위기 대응 정책 수단 충분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일부터 금융기관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5.35%로, 예금 기준금리는 2.50%로 각각 0.25% 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3개월여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초에는 지급준비율도 0.5% 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그 만큼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돈을 풀 수 밖에 없다.

# 포브스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166위)에 포함된 중국 타이핑양(太平洋)건설그룹은 최근 허베이(河北)성 화이화(懷化)시와 윈난(雲南)성 진닝(晋寧)현 등 6곳의 지방 정부를 법원에 제소했다. 각 지방 정부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해 끝마쳤는데도 지방 정부에서 공사 대금 등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들이 타이핑양건설에 줘야 할 공사 대금은 진닝현이 7,869만위안(약 138억원) 등 각각 수백억원 정도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지방 정부가 공사 대금을 주지 못해 민간 기업에 제소를 당한 건 처음이다.

# 중국 산시(山西)성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는 당초 9% 안팎이었다. 그러나 실제 GDP 성장률은 4.9%에 그쳤다. 랴오닝(遼寧)성도 같은 목표치를 설정했었지만 결국 5.8%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헤이룽장(黑龍江)성은 이 보다 더 낮은 5.6%를 기록했다. 산시, 랴오닝, 헤이룽장성은 올해 GDP 목표치를 모두 6% 안팎으로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최대 유전인 헤이룽장성의 다칭(大慶)유전은 올해 130만톤을 감산한다. 신중국 공업의 요람이던 랴오닝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성 등 이른바 ‘둥베이(東北) 3성’이 위기에 처하며 ‘신(新) 둥베이 현상’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는 위축되며 지방정부 채무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서방에선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일각에선 ‘붕괴론’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중국 경제가 새로운 정상 상태, 즉 ‘신창타이(新常態) 시대’로 접어드는 자연스런 모습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 설명이다. 기존의 성장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중국 경제가 스스로 구조조정이란 수술에 나섰고, 이런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춰 중국 경제를 평가하는 잣대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중국 GDP 성장률 6%대 추락?

매번 제기될 때마다 눈길을 끌지만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되곤 했던 ‘중국 경제 비관론’이 최근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성장률 하락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7.4%에 머물렀다.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고 2007년 14.2%와 비교하면 사실상 7년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더군다나 올해 GDP 성장률은 7%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1월말부터 2월초까지 열린 지방 양회(兩會ㆍ정협과 인대)에서 중국의 31개 성(省), 직할시(直轄市), 자치구(自治區) 가운데 올해 GDP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높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9개 성ㆍ시ㆍ구가 GDP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0.5~3% 포인트씩 낮게 설정했다.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가 유일하게 지난해와 같은 수준(12% 안팎)의 목표치를 제시했고 나머지 한 곳인 상하이(上海)시는 GDP 목표치를 아예 내 놓지 못했다.

수출 소비 투자 모두 기대난망

GDP를 구성하는 수출, 소비, 투자 모두 호전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먼저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중국이 수출을 더 이상 늘릴 곳이 많지 않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월 무역액은 2조900만위안으로, 2014년 1월에 비해 10.8%나 떨어졌다.

중국은 내수 진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나 소득이 늘지 않는 한 소비도 증가하긴 어렵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상승하는 데 그쳐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제조업, 기초시설 등 투자의 3두 마차도 모두 한계 상황이긴 마찬가지이다. 부동산은 하락 조정기로 접어든 상태고, 제조업도 철강 등의 전통 산업이 이미 과잉 투자 상태여서 추가 투자가 어렵다. 기초시설 투자도 토지 사용권 매각 등에 주로 의존해온 지방 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내난망이다.

부동산 의존 지방 정부 파산 위기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 경착륙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하는 대목이다. 중국 국토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유 건설 용지 공급 중 공장ㆍ광산ㆍ창고용지는 14만7,000헥타르로 전년 대비 29.9%, 부동산 용지는 15만1,000헥타르로 25.5%나 감소했다. 1월 중국 70대 도시 중 신규 주택 가격이 상승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고 64곳은 하락, 4곳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더구나 부동산은 철강과 시멘트, 가구, 전자 등 다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방 정부 재정 수입에서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北京)사무소 등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 세입과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의 비율은 2010년 72.4%나 됐다. 현재 지방 정부 재정 중 부동산 의존도는 평균 50% 안팎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나 일부 지역에선 거의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매각만 믿고 과도하게 기초시설 투자 등을 진행해온 지방정부들의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회수할 경우 지방 정부들은 부동산을 더 싸게 처분하려 들 것이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중국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란 게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중국의 감사원 격인 심계서는 2013년 6월 기준 지방정부 부채가 17조9,000억위안(약 3,133조원)에 이른다고 집계한 바 있다.

인민은행 금리 지준율 인하

중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모를 리 없다. 중국 인민은행은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1월 “위험 신호들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라는 보이는 손과 시장이란 보이지 않는 손을 함께 활용, 2개의 엔진에 시동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개혁을 통해 전통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대중의 창업과 혁신을 고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동력도 얻겠다는 이야기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기업 소득세에 대한 감면 혜택 등도 확대됐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지난해 4분기 이후 1조5,262억위안(약 267조원)에 달하는 총 52건의 철도 공항 항만 등 기초시설투자계획 등을 승인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신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도 사실 주변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을 통해서 중국 내의 공급 과잉 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포석이 강하다.

구조조정 나선 중국 경제, 兩會 주목

야오징위안(姚景源) 국무원 참사실 특약연구원은 최근 한 좌담회에서“지금 중국 경제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질과 효율”이라며 “GDP 성장률은 더 이상 주요한 지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자원과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며 환경과 자연을 파괴해 온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중국 경제는 현재 기어를 변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도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에게 강요 받은 구조조정 등의 개혁 조치들을 중국은 위기 없이 스스로 단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기치 못했던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수단이 충분하다는 것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4조달러에 육박한다. 지방 정부의 위기는 중앙 정부에서 보완해 줄 수도 있다. 중국 경제 비관론이 주로 서방 투자기관들의 공매도와 관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기세력들이 단기 차익을 노려 일부러 위기론을 과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의 이목은 이제 3일 개막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5일 시작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로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양회에서 중국 경제 붕괴론에 맞서 신창타이 시대의 청사진과 구체적 정책을 어떻게 내 놓을 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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