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러시아 여객기 추락 미스터리…IS 격추 맞나

알림

러시아 여객기 추락 미스터리…IS 격추 맞나

입력
2015.11.01 20:00
0 0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의 홍보조직 알 아마크가 31일 러시아 여객기인 A-321 에어버스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선언하며 배포한 동영상. 이 동영상에는 항공기가 폭발하며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다. IS 홍보조직 알아마크 선전물 캡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의 홍보조직 알 아마크가 31일 러시아 여객기인 A-321 에어버스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선언하며 배포한 동영상. 이 동영상에는 항공기가 폭발하며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다. IS 홍보조직 알아마크 선전물 캡처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31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을 지나던 중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224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전세계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리는 등 충격을 주고 있다.

IS “우리가 격추했다” 주장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어버스 여객기는 이날 오전 5시51분(한국시간 오후12시51분)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인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추락했다. 추락지점은 시나이 반도 엘아리시에서 중부내륙 쪽으로 50~70㎞ 떨어진 엘하사나 지역의 산간지대로 이륙한지 약 23분만의 일이었다.

이집트 당국은 이날 수색팀을 급파해 추락현장을 조사한 후 어린이 17명을 포함한 승객 217명과 승무원 7명 등 탑승객 224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색팀 관계자는 “여객기 동체가 큰 바위에 부딪혀 두 동강 나 완전히 파괴됐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번 사고로 최대 인명피해가 난 러시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탑승객 224명 중 러시아인이 221명이고 나머지 3명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AFP는 전했다. 이집트 휴양지와 러시아를 잇는 노선이어서 탑승객 대부분이 러시아인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다음날인 1일을 국민 애도의 날로 선포하는 한편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이집트 당국도 사고 조사위원회에 러시아 전문가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사고원인이 불분명한 가운데 IS 이집트 지부(시나 월라야트)는 사고발생 직후인 31일 오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객기를 자신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위터에 “오늘 여객기 격추는 러시아가 무슬림과 IS에 보인 적의와 특히 시리아 알레포에서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시작”이라며 “러시아 여객기의 ‘십자군’을 모두 죽였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검은 연기를 내며 추락하는 영상도 함께 게시했다. 영상 속 비행기가 이날 추락한 에어버스 여객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IS 이집트 지부의 러시아에 대한 보복 주장은 러시아 공군이 올해 8월말부터 IS 궤멸을 명분으로 시리아 전역을 공습을 하고 있는 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IS 주장 관련 진실공방

이집트 당국과 러시아는 이날 IS의 주장을 체제 선전을 위한 기만전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세리프 이스마일 이집트 총리는 “추락현장에서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수거했다”면서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기 전까지 사고원인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비정상적 활동이 배후에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 막심 소콜로프 교통부 장관도 “블랙 박스에 열 손상은 없다. 곧 분석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거듭 배제했다.

이집트 당국의 이러한 주장에는 추락 직전 지상에서 약 9,000m 떨어진 상공에서 비행하던 여객기를 IS가 격추할만한 지대공 미사일 등 대공 능력을 갖췄다고 믿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여객기를 격추하려면 그 항로와 고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레이더망 등 첨단장비까지 갖춰야 한다. IS는 재래식 무기를 위주로 한 지상전에 강한 반면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대공 능력에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여객기 추락지점이 IS 이집트 지부의 근거지인 점을 이용해 IS가 이를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 정황이 조금씩 흘러 나오면서 IS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삼 카밀 이집트 항공장관은 이날 “추락 직전까지 여객기에서 SOS(조난신호)나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라면 일반적으로 여객기가 관제센터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교신이 없었다는 점은 추락 직전까지 파일럿들이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말로 갑작스런‘격추’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준다.

뉴욕타임스(NYT)는 “여객기의 운항기록을 보면 이륙 직후 속도와 고도가 일정하게 증가하는 정상적인 비행을 하다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 치듯 추락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엔진 등 기체결함의 경우 내리막길을 타듯 기체가 하강하는 패턴과는 엄연히 다른 격추에 의한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IS의 대공능력도 상당히 과소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다. IS는 지난해 12월과 9월에도 각각 미국 F-16 전투기와 러시아 수호기인 SU-25를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위스 국제 무기조사기관인 ‘스몰 암스 서베이’는 지난해 8월 IS가 시리아 락까주를 점령하면서 정부군 공군기지에서 구소련제 휴대용 방어무기 시스템(MANPADS) SA-18 등과 유사한 무기를 탈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IS의 격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세계 항공업계에 미칠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NYT는 “IS는 근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이집트, 리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까지 세를 확대하고 있다”며 “전세계 여객기들이 IS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