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보라 기자

등록 : 2017.03.29 17:31
수정 : 2017.03.29 22:05

대학 체육특기생 720명 ‘정유라ㆍ장시호 같은 특혜’

교육부, 17곳 학사관리 실태조사

등록 : 2017.03.29 17:31
수정 : 2017.03.29 22:05

학사경고 3회 이상 받고도

394명이 제적 안 되고 졸업

병원 진료ㆍ입원 기록 위조하고

프로 진출로 수업 빠져도 학점

교수가 대리 시험 치르기도

학칙 위반 교수 448명 적발

학사경고를 세 번 넘게 받고도 대학을 졸업한 체육특기자가 400명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가 학생 대신 시험을 보거나, 입원이나 프로구단 입단으로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도 출석과 성적을 인정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고스란히 드러난 체육특기자에 대한 엉터리 학사관리의 민낯이다.

교육부는 29일 체육특기자 재학생이 100명 이상인 17개 대학에 대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이화여대 승마 체육특기자였던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 연세대 승마 체육특기자였던 조카 장시호(38)씨에 대한 학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시호씨처럼 4개 대학에서 3회 이상 학사경고를 받고도 학칙에 따라 제적되지 않고 졸업한 학생이 394명이나 됐다. 고려대가 2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123명) 한양대(27명) 성균관대(8명) 순이었다. 이 대학들은 총장의 결재를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이들을 졸업시켰다. 교육부는 위반 건수 등을 기준으로 대학 측에 기관경고를 하고, 체육특기자 정원 축소 등의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학이 학칙을 위반한 것이어서 당사자들에 대한 졸업취소 등 불이익은 없다.

현재 재학생 중에서도 출석을 안 하고 학점을 인정받는 등 학칙을 위반한 학생도 332명이나 됐다. 이 학생들에게 성적을 준 교수도 448명에 달한다. 17개 학교 체육특기생(휴학생 제외)이 4,183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학생의 약 8%가 학칙을 어기고 학점을 딴 것이다. 대학들은 장기간 입원, 재활치료, 프로구단 입단 등으로 수업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의 출석을 인정하고, 학점도 부여했다.

심지어 교수가 학생 대신 시험을 보기도 했다. 5개 대학은 군 입대, 대회 출전 등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체육특기자 8명을 위해 교수나 학생이 시험을 대신 치거나 과제물을 제출했다. 또 일부 학생은 병원 진료 사실확인서의 진료기간, 입원일수 등을 사실과 다르게 위조해 학점을 취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에 교수에 대한 징계와 학생의 학점 취소를 요구하고, 시험 대리 응시 등 서류 위조 등의 혐의가 있는 교수와 학생은 고발할 예정이다..

국내 대학들에 이처럼 체육특기자들에 대한 부실한 학사관리와 특혜가 만연해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 그리고 대학의 유망선수 활용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학벌을 중시하다 보니 체육특기생이 무리하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되고, 대학들은 유망 선수를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특혜는 미국이나 일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관행”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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