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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기다렸는데 승무원도 해경도 도와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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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기다렸는데 승무원도 해경도 도와주지 않았다"

입력
2014.07.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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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목소리로 사고 당시 진술… 승무원 엄벌 원하느냐 묻자 "네"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배가 90도로 기울어지면서 선실 출입문이 머리 위에 있었어요. 캐비닛을 밟고 먼저 나간 친구가 끌어주고, 밑에 친구가 엉덩이를 밀어줘서, 그렇게 복도로 나갔어요. 복도에서 한 반(30여명) 정도 되는 애들이 서로 먼저 살겠다고 하지도 않고 비상구를 향해 줄을 서 있는데, 승무원도 해경도 전혀 도와주지 않았어요. 검정색 해경 보트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바다로 떨어지면 건져줬지만 (배로)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2~3분쯤 지나 파도가 쳐서 친구들이 안쪽으로 밀렸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나왔어요. 줄 서 기다리던 친구들 중 절반은 나오고 절반은 결국 빠져 나오지 못 나왔어요. 해경이 손 내밀면 닿을 거리였는데….”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 법정에 단원고 교복을 입은 A(17)양이 하얀색 토끼 인형을 가슴에 안은 채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들어섰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여학생은 방청석을 훑어본 후 증인석에 앉아 배가 침몰될 당시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힘겹게 살아 돌아온 단원고 2학년 1반 생존학생 6명이 사고 후 처음으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다.

처음으로 생존자들의 육성을 통해 들은 사고 당시 정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도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한 여학생은 “제발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좀 있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친구가 울면서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학생은 “처음부터 빠져나오라고 했으면 부서진 캐비닛을 밟고라도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승무원은 아니었다”고 했고, “해경은 안에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바라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사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인형까지 안고 나왔다. 증언할 때도 옆에 앉은 선생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롭냐”는 검사의 질문에 A양은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승객을 버리고 배에서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지길 원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또렷하게 “네”라고 답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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