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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차상 문제 드러낸 신고리 5ㆍ6호기 건설공사 일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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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차상 문제 드러낸 신고리 5ㆍ6호기 건설공사 일시 중단

입력
2017.06.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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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건설공사 백지화 여부를 묻기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를 배제한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서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선출해 3개월 내에 공사 재개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적 탈(脫)원전 추세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 불안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결정이 적절한 절차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문과 반론이 따른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의 탈원전 정책이 10~30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이룬 국민적 합의에 기초했던 데 비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신고리 5ㆍ6호기의 건설 중단은 해당 원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탈원전 정책의 틀 속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거액의 세금을 허공에 날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만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원전건설 중단 여부를 원자력 전문가들이 아닌 시민배심원단에게 맡겨 3개월 안에 결정하겠다니, 비전문가들이 이 짧은 기간에 어떻게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자칫 정부가 상정한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형식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공론화가 아니라 여론몰이일 뿐이다. 순서도 이상하다. 공론화를 통해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지, 결정해 놓고 공론화하자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와 다름없다.

신고리 5ㆍ6호기는 8조6,000억원을 투입, 각각 2021년과 2022년 완공 목표로 공사 중이다.현재 28.8%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공사를 영구 중단하면 보상비용까지 2조6,0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공사 중단 이후 발생할 소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6조원의 비용을 추산하기도 한다. 원자력 공급체인 안에는 700여 중소기업과 9만명의 인력이 움직이고 있다. 또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 세계 정상 수준에 이른 우리 원전기술도 사장될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다.

아직 종합적 전력수급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2029년까지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원전 11기의 발전 설비용량은 전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의 40%에 이른다. 학계에서는 탈원전ㆍ석탄화력 정책의 여파로 전기료가 36% 오를 것으로 추산한다. 원전 비중을 낮춘 일본과 독일에서 최근 5년간 전기료가 20~30%가 올랐다. 공론화위원회를 굳이 가동하겠다면, 차라리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삼는 게 나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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