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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보영 전 대법관 시ㆍ군판사 지원, 원로법관 활성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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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보영 전 대법관 시ㆍ군판사 지원, 원로법관 활성화 계기 돼야

입력
2018.07.17 18:4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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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소송가액 2,000만원 미만의 소액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ㆍ군법원 판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행정처에 전남 여수시 법원 판사로 근무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는 것인데, 대법관 출신으로서는 첫 지원 사례다. 고위 법관의 아름다운 은퇴와 법조계의 뿌리깊은 전관예우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법원장 등 고위 법관에 재판을 다시 맡기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장 임기를 마친 고위 법관을 2심인 고법 부장판사로 복귀시키는 평생법관제가 2012년 도입됐고, 이를 보완한 원로법관제는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소액재판을 담당함으로써 사법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원로법관제는 2심이 아닌 1심에서 후배 판사들과 재판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제도다. 지난해 1월 서울고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등 고위 법관 5명이 시ㆍ군법원으로 내려가 소액재판을 맡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법원이 시행하는 원로법관제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정년이 65세로 규정돼 원로법관으로서의 재직 기간은 불과 몇 년에 그친다. 법원장까지 지낸 경력으로 1심 법원 판사와 동일한 처우를 받으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고위 법관들의 자긍심을 키우기보다는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법조계에서는 진작부터 미국식 원로법관제인 ‘시니어 법관(Senior Judge)’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종신직이지만 65세가 되면 시니어 법관을 선택할 수 있고, 그 후 비상근으로 급여의 70%만 받고 재판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원로 판사들이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품위를 유지하면서 여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원로법관제 정착은 실추된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고질적인 전관예우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륜이 쌓인 법관의 능력을 국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박 전 대법관 사례를 계기로 미국식 원로대법관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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