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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탕 또 허탕… 공공기관 부지 안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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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탕 또 허탕… 공공기관 부지 안 팔린다

입력
2014.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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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0조 대박, 그림의 떡일 뿐 가격은 내리고 규제 풀어 봐도

121곳 중 45곳 매각 지지부진, 지방 이전 일정도 덩달아 차질

지난해 말 세종으로 옮기기로 한 국토연구원은 여전히 경기 안양에 머물러 있다. 부지(8,155㎡)가 팔리지 않아서다. 3년 전부터 10번이나 매물로 내놨지만 허사였다. 급기야 올 4월 가격을 감정가(789억원)보다 5%나 깎고, 연구시설로 묶인 부지를 업무 숙박 의료시설 용도로 쓸 수 있게 풀었는데도 찾는 이가 없다. 매각 비용으로 세종에 청사를 지으려던 계획도 어긋났다. 이대로라면 내년 말로 연기해놓은 이전 시기조차 지킬 수 없는 처지. 2016년말로 또 한번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안양시청 앞 대로변이라 위치도 좋고, 규제까지 풀었는데 수요가 없다”라며 “헐값 매각, 특혜 시비 우려도 있어 마냥 값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면서 지방 이전에 따른 공공기관 부지 매각에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 하지만 여전히 팔리지 않고 있는 부지가 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금까지 민간에 팔린 27건의 매각 가격을 다 합쳐도 한전 부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다른 공공기관들에게 한전의 성공 사례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공급 과잉과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부지 위치 및 건물 상태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극과 극 현상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종전(기존) 부지를 매각해야 하는 공공기관 121개 부지 중 현재 45곳이 팔리지 않았다. 부지와 건물 면적만 318만㎡에 달하고, 액수로 따지면 3조6,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안에 팔아야 할 곳만 20곳이다.

특히 올해 이전을 완료한 기관 중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9곳은 사옥이나 부지를 팔지 못한 채 지방으로 옮겼다. 매각 지연으로 이전할 지역에 새 보금자리를 아직 착공하지 못한 기관도 11곳이나 된다. 정부가 6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매각 대상 부지에 대해 투자설명회를 열었지만, 계약 성사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서울 서초구) 등 2곳뿐이다.

미(未)매각 물량은 규제에 묶이거나(영화진흥위원회), 주변 부동산 상황이 안 좋거나(중소기업진흥공단), 추가 용도 변경을 기대하는(에너지관리공단)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현재까지 팔린 기관은 한전을 비롯해 감정원, 소비자원 등 대부분 서울 강남 3구와 사업성이 높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의 매각 실적이 성공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액수로 15조5,770억원 규모, 76건이 팔렸지만 한전 부지(10조5,500억원)를 제외하면 민간에 팔린 건 1조72억원어치(27건)에 불과하다. 나머지(48건)는 모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매입기관(한국토지주택공사 캠코 등)이 사들였다. 이재순 한국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활황기에 일률적으로 짠 매각 계획을 부지 특성에 맞게 조정하고,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면서 지방 이전에 따른 공공기관 부지 매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면서 지방 이전에 따른 공공기관 부지 매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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