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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풀다 일본처럼" … 경제 체질 바꿀 先구조개혁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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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풀다 일본처럼" … 경제 체질 바꿀 先구조개혁 주문

입력
2014.11.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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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재정 확대·금리 인하 안 돼" 절반이 단기처방에 부작용 경고

'증세·가계 부채 해결 우선돼야" 나머지는 조건부 찬성 밝혀

우리 경제는 지금 암울하다.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해 41조원의 재정을 쏟아 부었고,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일본에 이어 유럽과 중국까지 돈 풀기 경쟁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우리도 돈을 더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고 부채질을 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경기 상황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중장기적인 경제구조 변화다. 저출산ㆍ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갈수록 재정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효과도 없는 돈 풀기 경쟁에 더 깊이 발을 담갔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일보는 24일 경제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현 경기 상황에 대한 진단, 그리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긴급 전화 설문을 실시했다.

“우리 경제 일본 전철 밟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에 내린 진단은 암울했다. 소비둔화 국면, 성장 정체, 경기 추락 및 회복 둔화, L자형 장기침체 진입, 내수위축 장기화 등 각기 정도가 다른 용어를 썼지만 거의 모두 ‘침체’라는 데는 동의했다. 다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선 성태윤 연세대 교수만 “사실상 디플레이션”이라고 답했고,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와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10명 중 9명은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점쳤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내수 부진, 수입물가 오름세 등 과거 일본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라 장기불황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이미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재정 확대 현재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처방은 지극히 신중했다. 전문가의 절반은 추가 재정 확대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이미 계획된 정도면 괜찮고, 더 이상의 확대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김경수 교수는 “잇따른 추가 재정 확대로 오히려 문제를 키운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 시중에 풀린 돈이 적어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게 아니라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 상태인 만큼 추가적인 돈 풀기는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확대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한 5명 중 3명은 “증세를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은 “증세를 하지 않으면 재정 확대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밖에 “복지 지출을 늘린다는 조건으로”(김우찬 고려대 교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 증가가 되야 한다”(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추가적인 돈 풀기가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재원 마련이나 사용 제한 등의 엄격한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미국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염두에 둬야”

여기저기서 추가 금리 인하 목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이 역시 전문가 10명 중 5명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인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득보다 실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이유다. 유종일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고,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작 더 급할 때 내릴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5명 중 4명의 전문가는 추가 금리 인하에 조건부 찬성을 했다. 3명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가계부채 해결 정책과 패키지로 가야 한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가계부채 우려를 덜어낼 수 있는 금융안정정책과 병행해야 한다”(정규철 연구위원) 등이다. 나머지 1명(성태윤 교수)은 “정부에 떠밀리지 않는 한국은행의 독자적인 판단이라면 금리 인하에 찬성한다”고 했다.

“중단 없는 구조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용 단기처방은 극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임시 처방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중단 없이 밀어 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교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소득증대 3대 패키지 등 정부가 이미 내놓은 정책을 내실화하고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고, 김우찬 교수는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늘려야 소비 회복으로 경기가 선(先)순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김경수 교수) “재정 구조개혁, 경제민주화, 분배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유종일 교수) 등의 제언도 나왔다.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조동근 교수는 “복지보다는 성장 페달을 밟을 때”라며 “투자 여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필상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등 산업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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