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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소ㆍ돼지를 마음껏 먹자는 게 아니라 개라도 먹지 말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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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소ㆍ돼지를 마음껏 먹자는 게 아니라 개라도 먹지 말자는 것”

입력
2016.09.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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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카라 대표가 서울 잔다리로 카라의 입양카페에서 개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임순례 카라 대표가 서울 잔다리로 카라의 입양카페에서 개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인기 기자

“70년대 이후 개를 가족으로 인식

생활양식과 가치관 바뀌었는데

개식용 문화 유지는 설득력 없어

애초에 우리 전통 문화도 아니다”

영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를 연출한 임순례(56) 감독은 동물 보호가들 사이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카라를 이끌고 있는 임 대표가 올해 주력한 분야는 식용 개 문제다.

이를 위해 임 대표는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농장에 적용할 수 있는 동물보호법과 보완점을 다룬 법규 안내집을 발간한 데 이어 유명인들을 초청해 식용 금지에 대한 공감을 끌어낸 동물보호 콘서트를 개최했다. 또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한 ‘한국 개 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국내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변호사, 교수 등과 함께한 국제 컨퍼런스는 수년간 준비했다. 23일 만난 그는 “컨퍼런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식용 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식용을 근절한 해외 사례와 국내 관련 산업의 특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베트남 등 해외의 경우 떠돌이 개나 다른 사람의 개를 훔쳐서 먹는 수준이지만 우리는 대규모 사육시스템을 갖추고 식용 개를 공급한다. 특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8,000마리를 한꺼번에 사육하기도 한다. 임 대표는 “식용 개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동물 학대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며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과 비교해 인구대비 먹는 양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잔다리로 카라의 입양카페에서 임순례 카라 대표가 신발을 장난감 삼아 개와 놀아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 잔다리로 카라의 입양카페에서 임순례 카라 대표가 신발을 장난감 삼아 개와 놀아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식용 개의 문제를 제기하면 두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왜 소, 돼지는 먹어도 되고 개만 안되냐는 점과 우리나라 전통 음식 문화인데 왜 문제 삼냐는 것이다. 임 대표는 “모든 동물이 귀중한 생명이지만 인간과 개의 유대감과 친밀성은 다른 동물보다 크다”며 “다른 동물들을 마음껏 먹자는 게 아니라 개라도 먹지 말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용으로 개를 먹는 문화도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임 대표는 “우리 전통문화가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왔다”며 “문헌에는 임진왜란 이후 기근 때 단백질 보충용으로 먹기 시작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오래 전부터 먹었더라도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바뀌었는데 꼭 개를 먹는 문화만 지켜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다.

임순례 카라 대표는 "동물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키우는 게 결국 사회의 공감 능력을 치유하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임순례 카라 대표는 "동물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키우는 게 결국 사회의 공감 능력을 치유하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임 대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동물보호 운동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주거문화가 좌식 위주여서 털이 날리는 개와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게 힘들었고 애완보다 집을 지키는 역할을 강조했다”며 “1970년대 중반 이후 아파트가 보급되고 입식생활을 하면서 개를 가족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길고양이 학대 등 동물 대상 범죄가 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에 대한 배려가 없고 최약자인 동물이 겪는 고통이나 처지에 대한 공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확산되면 결국 사회의 공감 능력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먼저 동물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정유경 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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