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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명사회 첫발 뗀 김영란법 정착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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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명사회 첫발 뗀 김영란법 정착에 힘써야

입력
2016.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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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안을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이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4만919개에 이르고, 대상 인원은 400만 명에 달한다.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 데다 경제와 산업, 접대문화와 조직문화 등 각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해 사회전반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두 가지가 핵심 축이다. 하나는 누구든지 인허가와 인사 개입 등 법이 정한 14가지 업무에 대해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언론사 대표자와 그 임직원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또 다른 축은 금품수수 금지다.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 등이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받도록 했다. 식사 3만원, 선물과 경조사비는 각각 5만원과 10만원 이상일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처벌받는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런 규정을 놓고 초기에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처벌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직무관련성’의 개념이 모호해 법 적용의 혼선이 우려된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도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일일이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직사회 등 각급 기관과 언론사 등이 외부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하고 있지만 당사자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이 완전한 체계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미비점은 계속 보완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이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급 식당과 골프장, 유흥업소 등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사회적 소통의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공직사회 등에선 모임이나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시행도 해보기 전에 파급효과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얻게 될 효과는 부작용과 혼란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하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ㆍ부패 근절의 계기일 수 있다. 현직 고검장과 부장검사, 부장판사가 뇌물과 향응을 받고 뒤를 봐줄 정도로 번진 공직사회의 타락과 부패, 상식을 뛰어넘는 명절 떡값과 접대ㆍ향응 등의 부정적 관행을 끊어내야 할 때가 됐다.

김영란법은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업무나 사회활동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게 아니다. 제1조 제정 목적에 명시된 대로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취지다. 따라서 잘만 시행된다면 김영란법은 우리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투명해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는 문화도 머지않아 정착하리라 본다.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부터 국회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이 직접 돈을 내고 밥을 먹는 풍경이 연출됐다.

결국 입법 목적대로 청렴 사회를 이루려면 법 시행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자발적 노력과 주의가 선행돼야만 한다. 모두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김영란법의 성패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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