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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운동의 노예로 산다는 것

입력
2015.06.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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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이는 운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운동에 너무 빠져버리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하고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다. 넘치는 의욕으로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운동 중독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몸에 어느 정도 변화가 일어나서 만족도가 커질 때 쯤 이런 현상이 찾아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운동하는데 힘은 들지만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인해 의욕은 더 커지고 거울을 보는 것이 즐거워지는 그런 ‘맛’을 보게 되면, 이것을 잃지 않으려고 아니 만족감을 더 커지게 하기 위해서 운동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운동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운동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나도 한 때 이런 운동 중독 증세를 겪은 적이 있었다.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온몸에 가시가 돋는 그런 기분이다. 뭔가 근육이 다 빠져버리는 것 같이 찝찝하고 신경 쓰이고 다른 일을 할 때도 계속 운동을 못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야 한다.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고 건강해지려고 하는 운동인데 오히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몸도 정신도 건강과는 멀어진다.

매일 하는 운동을 하루 이틀 정도 쉰다고 해서 '큰 일'나는 건 아니다.
매일 하는 운동을 하루 이틀 정도 쉰다고 해서 '큰 일'나는 건 아니다.

내가 한 때 어느 정도로 운동에 집착을 했냐면 일단 월화수목금토일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 몸이 너무 피곤한데도 운동을 안 하면 마음이 불안해서 어떻게든 운동을 하러 갔다. 심지어 술을 새벽까지 먹은 날에는 이대로 자면 살이 찔 것 같아서 아침에 헬스클럽 문 열 때까지 기다린 후에 술기운에 들어가 러닝머신을 한 시간 동안 하기도 했다. 또 운동을 하루에 두 번 씩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정말 심각한 중독이었다. 놀러 가서도 맘 편히 놀지를 못했다. 그래서 잘 놀러 가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망가져가고 있었다.

내가 운동을 지배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운동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 속에서 몇 달을 살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지금의 아내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운동하는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데이트도 자제했던 기억이 난다. 하마터면 운동으로 인해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낼 수도 있었다.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정도가 되면 좀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작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은 본인의 이런 심각한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내가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당시에는 미처 몰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전에 일이 있어서 새벽에 운동을 하러 나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거다. 너무 가기 싫어서 망설이다가 '그래, 오늘은 가지 말자.’ 라고 확실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는 항상 ‘안돼, 가야 해' 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었고 만약 못 가게 되면 ‘가야 하는데’를 반복하며 불안해했지만 그날은 처음으로 가지 말자는 결정을 내리고 나니 하루를 맘 편히 보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운동과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운동과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 후로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 몇 달 간 운동의 노예로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 때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컨디션이 정말 안 좋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과감하게 오늘 운동을 쉬자고 결정을 내리면 좀 더 편해진다. 어차피 운동이란 게 오늘 하루 하고 말 것이 아니지 않는가?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된다. 이틀 못하면 사흘 째에 하면 된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긴 여정이다.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면 하루 이틀 쉰다고 만들어놓은 몸이 갑자기 망가지지는 않는다.

운동을 할 때는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왕 쉬는 거 맘 편히 쉬자. 쉬어야 재충전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운동도 더 잘 할 수 있다. 건강은 멀리 내다봐야 한다. 오늘 난 컨디션이 별로라 맘 편히 운동을 쉬었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 라면을 끓이고 싶지만 참고 있다. 만약 이 글의 마침표를 찍고 가스불을 켠다면… 내일 더 열심히 운동할 것이다.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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