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청와대가 충격과 당혹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중요 안건과 소관 현안에 대한 청문회를 상시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이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국회가 국정운영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보는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현안마다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개최할 경우 공무원이 어떻게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며 즉각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 상황에서 이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합의하면 언제든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가 가능하다. 청와대의 반응을 터무니 없다고는 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을 조금만 강화하면 청와대가 무조건 국정운영 발목잡기라며 습관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객관적으로 봐서 우리나라는 입법부에 비해 행정부가 우위에 있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을 통해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를 강화하려고 했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사태도 그 한 단면이다.
그 동안 국회 안팎에서는 상임위 활성화와 국정감사 제도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제도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 잘만 활용한다면 일하는 국회, 정책 국회를 만들어가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원래 상시 청문회 법은 국회 개혁 차원에서 특정 정당이 아니라 정의화 국회의장 주도로 추진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국회 운영위와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제출됐지만 뒤늦게 여권 주류의 제동으로 계류된 상태였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여당이 지도부 공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 의장이 이 법을 상정해 통과시켰다고 비난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만큼 결과를 존중해야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법 파동 때처럼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소모적인 일대 파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 새누리당 내부 사정 등에 비춰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야당이 상시 청문회가 가능하다고 해서 이를 남용해 국정 발목잡기에 골몰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 두 야당이 그랬다가는 정치적 역풍을 면치 못할 것이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상임위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략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상시 청문회를 운영한다면 잘못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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