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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리더십 붕괴 상태로 어떻게 트럼프 충격에 대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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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리더십 붕괴 상태로 어떻게 트럼프 충격에 대응하나

입력
2016.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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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으로 한반도의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 불확실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존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는 낙관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도 우리가 주도 면밀하게 대응할 수 있을 때의 얘기고 지금처럼 국가 리더십이 붕괴된 상태에서는 어떤 낙관도 하기 어렵다.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기세 싸움에만 골몰하는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예상보다 일찍 트럼프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동맹관계 강화ㆍ발전에 인식을 같이 한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런 노력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나아가 외교부를 중심으로 트럼프 당선자 진영과의 관계구축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이 앞으로 거친 풍파를 헤치고 나아가야 할 한미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상황을 국정 복귀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지만 설사 그런 의도가 있다고 해도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야 3당이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추천 총리’정국수습 방안을 거부했음에도 국회와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설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경제ㆍ안보의 불확실성을 부각하며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협조해 달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해서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한 2선 후퇴 선언 등에 대해 명확한 답 없이 국회 추천 총리에게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부여한다는 식의 모호한 말만으로는 야당을 설득하기 어렵다. 많은 국민도 박 대통령의 속마음에 대해 강한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내외적 위기상황에서 국정공백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면 이런 의심을 풀 수 있도록 분명한 언급과 함께 구체적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트럼프가 최순실을 덮지 못한다”며 강공일변도로 나가는 야당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는 9일 회동에서 국회 추천 총리 제안 거부와 함께 12일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소속 의원 개인을 넘어 당 차원에서 박 대통령 규탄 거리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0일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과 함께 거리에서 대통령 하야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결단만을 압박할 뿐 그 이후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야당으로 공이 넘어올 경우 여야 합의를 통해 총리를 추천하고 국정을 이끌어갈 자신이 없어 자꾸 공을 청와대로 되넘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질 촛불집회는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 집회를 능가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2선 후퇴 등에 대한 확실한 언질 없이 미적거리는 박 대통령에 또 한번 강력한 압력이 될 게 분명하다.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박 대통령은 나라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야당도 국내적으로 엄중한 현 국면에서 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하려고만 하지 말고 정국을 주도적으로 수습하려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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