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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목청으로...세월호와 함께하는 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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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목청으로...세월호와 함께하는 문인들

입력
2014.10.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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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ㆍ김애란 등 오늘 팽목항 찾아

“앞으로 ‘바다’를 볼 때 이제 우리 눈에는 바다 외에 다른 것도 담길 것이다. ‘가만히 있어라’는 말 속엔 영원히 그늘이 질 거다. 특정 단어를 쓸 때마다 그 말 아래 깔리는 어둠을 의식하게 될 거다. 어떤 이는 노트에 세월이란 단어를 쓰려다 말고 시간이나 인생이란 낱말로 바꿀 것이다. 4월 16일 이후 어떤 이에게는 ‘바다’와 ‘여행’이, ‘나라’와 ‘의무’가 전혀 다른 뜻으로 변할 것이다.” _‘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중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사회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언어의 몰락을 초래한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에 문인들이 눈 감을 수 없는 이유다.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타결됐으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문인들의 움직임은 더욱더 활발해지고 있다. 시집과 산문집이 출간되고 단식 농성, 낭독회, 팽목항 방문 등이 줄을 잇는다.

3일 오전 11시 소설가 김훈 김애란, 시인 김행숙 송경동 허은실, 평론가 권희철 이성혁, 극작가 최창근 씨 등이 팽목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하기 위해서다. 송경동 시인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10명과 그날의 일을 잊지 말자는 취지”라며 “팽목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이 (정부를 향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가들이 탄 버스 외에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태운 ‘기다림의 버스’도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다.

지난달 2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04낭독회'에서 문인과 시민들이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304낭독회 제공
지난달 2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04낭독회'에서 문인과 시민들이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304낭독회 제공

지난달 20일에는 문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304낭독회’가 광화문광장 유가족 농성장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숫자를 딴 낭독회에서는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한 줄의 문장을 문인과 시민이 함께 쓰고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론가 황현산 양경언, 소설가 김애란, 시인 나희덕 신해욱 심보선 등이 참여했다. 2회 행사는 25일경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주최측은 “304회를 채울 때까지 낭독회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6일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인들의 글 12편을 묶은 ‘눈먼 자들의 국가’가 출간된다. 소설가 김애란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배명훈, 시인 김행숙 진은영, 평론가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등이 참여했다. 소설가 박민규는 세월호 참사가 “사고가 아닌 사건”이라고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지금이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한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아직은 남아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역사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아동문학가들도 나섰다. 지난달 17일 나온 ‘세월호 이야기’(별숲)는 동화작가, 동시인, 그림작가 65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완성한 책이다.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쓰고 그린 42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앞서 7월에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68인이 참여한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가 발간됐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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