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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변의 탈북자 법정 증언 요구,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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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변의 탈북자 법정 증언 요구, 적절하지 않다

입력
2016.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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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국에서 집단 탈출한 북한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 첫 심리가 어제 비공개로 열렸다. 종업원들이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자발적으로 탈북했는지를 가려달라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다. 민변은 이들의 집단탈북 경위에 의심스러운 점이 적지 않고, 입국 뒤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도 통상적 탈북자와 달라 본인들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정부가 탈북자들에 대한 비공개 원칙을 깨고 이들의 국내 입국 하루 만에 탈북 사실을 발표하면서 얼굴과 신분까지 공개한 것은 분명 잘못된 처사다. 특히 4ㆍ13 총선을 앞둔 때여서 정치적 오해도 부를 만했다. 민변이 탈북자들에 대한 초유의 인신보호 청구를 한 것도 정부의 이런 행동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종업원들을 법정에 세워 증언토록 하겠다는 민변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증언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발적 탈북이라고 하더라도 북에 남겨둔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해 이들이 사실 그대로 증언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들의 증언 여하에 따라 생사가 바뀔 수도 있는 가족들의 인권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만에 하나 가족의 안위 때문에 우리 당국에 의한 기획납치라고 위증하는 일이라도 생길 경우 국가안보에 미치는 후폭풍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민변이 소송대리인 자격을 얻기 위해 탈북자들의 북한 가족과 접촉해 위임장을 건네 받은 경위 역시 석연찮고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과 접촉한 인사는 중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친북인사들이다. 더욱이 이들 가족들이 북한 당국의 간섭이나 압력 없이 자발적 의사로 위임 요구에 응했으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탈북자들에 대한 인신보호 심사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지만, 사안의 성격상 규명이 쉽지 않고, 자칫 국가안보에 커다란 부담만 지우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탈북자들의 증언 내용과 관계없이 이를 체제선전에 이용하려는 북한의 책동도 더욱 극렬해질 게 뻔하다. “당사자들이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개인 신상이나 발언이 알려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국정원 인권보호관의 발언을 거짓말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당국이 탈북자들 대신 변호사를 출석시키기로 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일단 민변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상 또 다른 인권시비와 안보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법원과 모든 재판 당사자, 그리고 언론의 합리적 자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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