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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 부도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출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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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 부도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출판계

입력
2017.01.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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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의 부도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만인 3일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들이 서울 마포구 출판인회의 사무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송인서적의 부도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만인 3일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들이 서울 마포구 출판인회의 사무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 출판계에 ‘송인서적 부도’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북센에 이은 ‘넘버2’ 도매상이 무너지자 각 출판사들이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송인서적 부도 소식에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출판영업인회의, 송인서적은 3일 대책회의를 열어 일단 송인서적과의 거래에 따른 잔고와 재고 물량은 모두 자산동결해 채권단에 넘기기로 했다. 개별 출판사나 서점 등에서 먼저 돈이나 책을 빼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이어 4일 ‘출판계 채권단’을 구성해 출판사, 서점 등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모아 채권 양도ㆍ양수 방안, 소매점에 나간 책들의 반품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출판인회의가 일단 대표 역할을 수행한다. 출판인회의 관계자는 “대형출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중소형 출판사들을 위한 대책 마련까지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송인서적은 2일 돌아온 어음 80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일부에서는 회생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출판계 관계자는 “부채가 많아 사실상 재기나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다, 사업을 이어나가려는 의지도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송인서적의 경영상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독서율의 전반적인 감소, 취학 아동 인구 규모 축소에 따른 학습지 시장의 축소, 인터넷서점의 확장 등으로 도매상의 역할이 차츰 줄어들었다.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동네서점 활성화 대책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지역 도서관의 도서구입을 동네서점에서 하도록 하는 경우가 늘었다.

여기에다 대형출판사들은 좀 더 비싸게 책을 공급하고, 소매상들은 책을 좀 더 싸게 받으려 하는 경향이 지속됐다. 도매상은 이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던 셈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출판시장이라는 전체 큰 틀을 보지 않고 저마다 제 살 길을 찾는 구조다 보니 송인서적의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나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출판사와 서점들에게 악재다. 특히 중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에게 더 그렇다. 송인서적은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의 중소형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해왔다. 이런 송인서적이 부도나면 중소형 서점들은 서점을 하려 해도 책을 받아볼 수 없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도매상이던 보문당이 부도나자 문 닫은 서점이 500여개에 이르기도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최근 출판계 가장 큰 화제는 독립출판물과 동네서점인데 도매상이 없다면 이들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창비, 민음사, 문학동네 같은 대형출판사들도 송인서적에 최대 억대의 자금이 물려 있다는 얘기들이 나돈다. 민음사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액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지금으로선 딱 얼마다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사들도 이 날 내내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래도 대형출판사들은 자금 여력이 있으니 그나마 버텨나갈 수는 있다. 중소형 출판사, 특히 송인서적하고만 거래해왔던 출판사들은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송인서적이 어음으로 결제하면 이들 중소형 출판사들은 이 어음에 배서하는 방식으로 인쇄소 등에 결제해왔다. 어음이 휴지조각이 되면 이 자금 흐름이 막힌다. 여기에다 책도 송인서적에 묶여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 상태론 주문이 들어온다 해도 당장 배본할 책 이 없다”면서 “최소 몇 달간 자금 흐름은 최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 출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몇천만원씩 손해보게 됐고, 앞으로 중소형 서점들에게 책을 어떻게 배본하냐는 장탄식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출판계에 500억원의 자금을 장기저리방식으로 제공한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출판계에 대한 대대적인 자그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개별 회사의 부도에 대해 정부가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는 만큼 출판계가 마련하는 대책을 보면서 지원 가능한 방안을 함께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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