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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몸부림, 저성장에 눈물… 질 낮은 일자리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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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몸부림, 저성장에 눈물… 질 낮은 일자리에 한숨만

입력
2015.07.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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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성장 4% 밑돌아

일자리 창출 저조 가장 큰 원인

재계에선 노동시장 경직성 지적

학벌중시 사회 너도나도 대학에

구직 눈높이와 엇박자 갈 곳 없어

27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내 취업게시판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게시판에는 취업안내문 대신 공무원시험과 각종 광고문만 붙어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27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내 취업게시판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게시판에는 취업안내문 대신 공무원시험과 각종 광고문만 붙어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청년층 고용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이해당사자들의 견해는 팽팽히 맞선다. 재계와 노동계, 보수와 진보, 제도권과 재야의 접근법에 상당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같은 사안의 해법으로 재계가 “고용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노동계가 “정규직 확대 등 일자리 질 향상”을 말하며 정반대 해법을 내놓고 있는 이유도 원인에 대한 진단, 즉 그 출발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중층적이다. 거시경제, 산업구조, 노동시장, 교육제도 등 사회 각 분야에 그 원인이 내재돼 있다. 적어도 제도권과 기성세대라면 지금의 극심한 청년실업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히 그 해법도 한쪽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폭 넓고 복합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ㆍ산업구조 측면

누구나 동의하는 청년고용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성장률 저하다. 1980년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9.8% 증가했다. 90년대도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6.6%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실패를 모르고 성장 가도를 질주하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중반은 “기업들이 대학교에 보낸 입사지원서로 종이비행기를 접었다”는 완전고용 전설의 무대가 된 시기다.

그랬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에 들어서 평균 4.1%로 떨어졌고, 2011년부터는 한 번도 4%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이 연간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 개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동력 약화가 청년 일자리 창출 저조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구조적 측면에서도 접근해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취업유발효과가 낮은 제조업 및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짐에 따라 일자리 창출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과거 제조업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노동을 투입(노동집약)했지만, 지금은 설비 고도화(자본집약)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그나마 이루어지는 성장도 고용 창출과 큰 연관이 없는 분야에 집중되다 보니, 매년 새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가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않고는 그 어떤 대책으로도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

원인을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에서 찾는 시각도 많다. 재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하는 것이 바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노동시장 진출입 문턱이 지금보다 낮다면 정년 연장이 된다고 해도 신규 채용에 인색할 이유는 많지 않다”며 “한 번 채용하면 회사 상황이나 개인적인 능력과 무관하게 정년까지 보장해야 한다면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70위”)와 이인제 최고위원(“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노동시장 경직성”) 등 여권 관계자들도 최근 노동개혁을 역설하며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를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턱대고 해고만 쉽게 하는 경우 사회갈등을 비롯한 역풍이 더 거셀 수 있는 탓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청년 100명이 고용되면 정년까지 남는 사람이 7% 밖에 안 된다“(은수미 의원)는 다른 주장을 편다.

경직성 해소와 더불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중소기업 고용 창출력 회복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 직원 평균근무 기간을 조사한 결과 5년 이상 근속한 경우는 33.2%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은 고용의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약해 고용 창출의 여력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제도 측면

대학교육이 사실상 ‘의무교육’이 된 한국 특유의 학벌중시 문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청년실업은 학벌중시 사회에서의 초고학력 사회가 고령화 사회와 충돌하며 빚어지는 사회현상”이라며 “1990년 20만명에 불과하던 대학진학자는 2014년 36만명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역시 “한국 사례는 대학정원 확대 이후 청년층 고용사정이 악화했던 이탈리아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의 눈높이나 도전정신 부족만을 탓할 게 아니라, 청년들이 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단순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밖에 없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청년고용률(24.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9.6%)보다 낮은 것은 꿈과 희망을 갖고 일할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라며 “상시적 일자리는 정규직화하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방향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이공계 출신이나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선호하지만, 인문사회계열 4년제 대졸자들은 이런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수요-공급 불일치(미스매치)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학이 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7일 내놓은 청년고용 대책에 ▦정원 조정 등 대학 구조개편 ▦산학 계약학과 활성화 ▦직무 중심 교육 강화 등의 방안을 포함시킨 것도 이런 절박한 문제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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