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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부름 기다리지 않고 우리끼리 전시, 기존 전시와 다른 신생공간만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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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부름 기다리지 않고 우리끼리 전시, 기존 전시와 다른 신생공간만의 매력이죠"

입력
2015.08.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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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전시 '던전' 이끈 강정석

작가 강정석이 일민미술관에서 8월 9일까지 열리는 '뉴 스킨'전에서 선보인 자신의 작품 '시뮬레이션 서피스'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미술을 ‘좋아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노동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며, 신생 공간들도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 말했다.
작가 강정석이 일민미술관에서 8월 9일까지 열리는 '뉴 스킨'전에서 선보인 자신의 작품 '시뮬레이션 서피스'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미술을 ‘좋아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노동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며, 신생 공간들도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 말했다.

“신생 (미술전시) 공간은 각자가 마음대로 작품을 선보인다는 특징이 있어요. 일단 작품을 내놓고 나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네트워크가 형성된 게 현재 상황이예요.”

강정석(31)은 2011년부터 활동한 영상 작가다. 주로 친구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영상으로 기록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 그의 활동은 같은 세대 미술인들을 엮는 기획에 집중돼 있다. 그는 미술작가들이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술생산자모임’의 두 번째 자료집에 ‘서울의 인스턴스 던전들’이라는 글을 기고하고 ‘신생 공간’을 ‘인스턴스 던전’에 비유했다. 신생 공간은 2014년 하반기부터 급증한, 젊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전시 공간들을 말한다.

인스턴스 던전은 온라인 게임 속 개념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대거 몰려드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소규모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끼리 경험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신생 공간은 임대비용이 저렴한 지역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어 찾아가기도 어렵고 전시 기간도 짧다. 하지만 청년 미술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식을 접하고 기존의 미술관과 다른 감각을 보기 위해 이들 전시를 찾아 나선다.

강정석이 보는 ‘던전’의 핵심 요소는 관계의 재편이다. “기존 미술전시에는 작가, 기획자, 공간 운영자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있었어요. 작가는 기획자의 부름을 기다리고 기획자는 운영자에게 고용됐죠. 반면 신생 공간의 운영자들은 대부분 그 스스로가 작가 혹은 기획자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합니다. 면밀한 기획이나 기대 없이 일단 전시를 해보자는 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또 그게 새로운 매력이죠.”

강정석이 4인의 참여작가들과 공동으로 기획해 5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내 신생 공간 네 곳에서 진행한 연속전시 ‘던전’은 이런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김정태 이수경 한진 세 사람의 회화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김동희가 전시장의 구성을 맡았다. 공간은 ‘던전’이고 작품이 ‘몬스터’라는 개념만 던져주고 각자 원하는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각자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게 했어요. 작가들은 복잡한 미술 기획에 맞추지 않고 그냥 아름다운 미소녀 그림을 맘대로 그릴 수 있어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신생공간의 한계점도 물론 있다. “자발적으로 전시를 만들어 보여주면 미술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요.” 강정석은 이를 넘어서기 위해 신생 공간 15개가 공동 주최하는 ‘굿-즈 2015’에 동참하고 있다. ‘굿-즈’는 상봉동에 있는 신생 공간 ‘반지하’에서 젊은 작가들이 저렴한 아트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굿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한 전시로, 10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다. 미술작가들이 자립 생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미술작품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한 작고 저렴한 파생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자는 의도다. “예를 들면 젊은 작가들이 많이 제작하는 영상 작품을 작품 자체로 판매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영상과 관련된 소품을 만들고 그 안에 파일 다운로드 코드를 넣는 식으로 판매를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강정석은 2012년부터 젊은 영상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인 ‘비디오 릴레이 탄산’을 사비로 개최해왔다. 특히 판매가 어려운 영상작품들의 경우 외국 전시회들은 작품 대여료(아티스트 피)를 주지만 국내에선 이를 주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직접 상영비를 지불하는 전시를 연 것이다. 과연 그는 이런 활동을 통해 남는 것이 있었을까. “없어요. 업계 사정이 대가 없이 작품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술작가들이 전시에 나설 때 작품 대여료나 인건비 형태로 작품활동을 한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합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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