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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저비용항공사) 불안한 비행, 안전 투자엔 ‘짠손’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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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저비용항공사) 불안한 비행, 안전 투자엔 ‘짠손’이 화근

입력
2016.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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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확장 등 양적 팽창 급급하고

승무원ㆍ점검 요원 등 확충 소홀

신규 여객기도 노후기 도입 편중

국내 5개사의 안전 투자비용

대한항공의 절반 수준에 그쳐

잦은 기체 이상ㆍ지연 운행 경보음

2005년 국내에 등장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불과 10년 만에 대형항공사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선 점유율이 50%를 돌파했고 중단거리 국제선까지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잦은 기체 이상과 지연 운행으로 LCC에 대한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 투자에 인색했던 게 이 같은 아슬아슬한 비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항공(왼쪽)과 진에어 여객기. 각 사 제공
제주항공(왼쪽)과 진에어 여객기. 각 사 제공

18일 국토교통부 항공ㆍ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발생한 일련의 LCC 사고들은 대부분 인적 요인(휴먼 팩터)에서 비롯됐다. 2012년 5월 8일 제주~김해를 운항한 에어부산 여객기가 허가 받지 않은 활주로에 착륙한 준사고의 원인은 조종 실수로 밝혀졌다. 인명피해나 기체 손상은 없었지만 당시 차량 2대가 활주로 점검을 하고 있었다.

2013년 2월 3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한 준사고도 승무원이 활주로 상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리를 착각해 감속시스템을 일찍 해제한 게 이유였다.

지난 3일 필리핀 세부에서 이륙한 진에어 여객기는 경첩 노후로 앞쪽 출입문에 틈이 벌어져 20여 분만에 회항했다. 앞서 2014년 1월 이스타항공에서는 기장 지시를 받은 승무원이 경고등이 켜진 출입문 손잡이를 잡은 채 비행한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의 급하강 사고도 조사결과 여압장치에 이상이 없어 조종사 과실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왼쪽부터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여객기.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여객기. 각 사 제공

LCC들의 불안한 비행은 몇 년간 치열하게 벌어진 여객기 대수 늘리기 및 신규 노선 확장과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 여객기 한 두대로 시작한 LCC들은 여객기 숫자를 급격하게 늘렸다. 제주항공 22대를 비롯해 진에어(19대)와 에어부산(16대)도 20대에 근접했다. 이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LCC들의 전략이지만 진에어를 제외하면 LCC가 도입한 신규 여객기는 거의 노후한 소형 중고기들이다.

여기에 티웨이항공이 지난해에만 국제 노선 11개를 늘리는 등 중단거리 국제선 노선 확대 경쟁도 치열하다. 새로 개설한 노선은 대개 다른 LCC가 이미 취항한 곳에 또 깃발을 꽂는 식이었다. 모 LCC 관계자는 “너무 양적 팽창을 해서 유가가 다시 오르면 진짜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항공업계에 ‘블루 오션’이 없는데 서로 저가로만 치고 들어가니 시장이 엉망이 됐다”고 한탄했다.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는 동안 안전운항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다.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적 5개 LCC가 안전에 투자한 총 금액은 대한항공 투자액(100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57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중 정비불량과 기체결함 등으로 183차례 운항지연이나 결항사태를 빚은 이스타항공의 경우 7,425만원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의 전부였다. 조환기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그간 LCC들이 외형 키우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력 관리에 중점을 둔 안전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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