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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운명 걸린 5월, 냉철하고 자신있게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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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운명 걸린 5월, 냉철하고 자신있게 대비해야

입력
2018.04.29 18:4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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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감동과 흥분이 쉬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은 어느 때보다 뿌듯한 자부와 긍지를 느끼며 한 마음으로 한반도의 조속한 평화정착을 기원하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남북의 새출발을 한 목소리로 축복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남북정상회담을 2차 세계대전 종전을 논의한 얄타회담에 비유했다. 그만큼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종전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중시한 것이다.

곧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게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판문점 회담이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 지금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없다” “북한과 관련해 매우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에는 북핵 해결을 치적으로 삼아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정치 현안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종착지라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그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북한이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 언론에 공개키로 한 결정 역시 북미 간 비핵화 담판에서 상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이틀 만인 29일 이 같은 양 정상 간 추가 합의사항을 공개했는데, 비핵화 의지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육성은 우리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했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는 어느 때보다 강한 비핵화 의지가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론적 표현만 담긴 것을 이유로 ‘위장 평화공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테이블에 올라 합의점을 찾아야 할 의제인 만큼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라 평가해도 과하지 않다.

문제는 오히려 북미 간 핵 담판의 길이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김 위원장 말처럼 이번 합의는 비핵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육성 발언만으로 북미 핵 담판의 성공이 담보되진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충분히 확인했다’는 차원 정도의 반응이다. 일괄타결식 접근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상정하는 북한의 간극이 여전히 넓고 깊은 상황, 국내 보수 진영과 워싱턴 조야의 북한 불신은 회담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북미 정상회담까지의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의 감동에 취해 시간을 허비하고있을 때가 아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3~4주 이내로 다가왔다는 소식과 함께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두 군데가 거론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고 길잡이 외교, 중재 외교전을 펼치려는 청와대 구상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발전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구축의 담대한 구상도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중재와 한반도 비핵화의 완성이 넘지 못할 산은 결코 아니다. 우리 정부가 들인 공이 아니었다면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일촉즉발로 치닫던 북미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서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단단히 부여잡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겠다는 의연한 태도를 끝까지 견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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