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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겐 멀기만 한 ‘고결한 빈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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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겐 멀기만 한 ‘고결한 빈자의 삶’

입력
2016.11.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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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박정태 지음

굿모닝 북스 발행ㆍ287쪽ㆍ1만2,800원

평범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적당한 교육을 이수하고 그에 걸맞은 소득을 받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삶. 사실 이는 제도에 속박된 삶이다. 학교를 중퇴하거나 돈을 벌지 않거나 결혼하지 않은 이들에게 사회는 아무렇지 않게 린치를 가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궤도 이탈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미국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소환된다.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의도적으로 숲 속 생활을 시작한다. 차나 커피 같은 기호식품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버터나 육류도 먹지 않았다. 당연히 돈도 필요 없다. 소로는 1년 중 6주만 일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소로의 대표적인 저작 ‘월든’통해 그가 살아간 방식을 설명한다. 이 ‘극강의 미니멀리스트’의 관점에서 현대인의 삶을 바라본다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개미처럼 비천하게 살아가는’우리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남부의 노예 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북부의 노예 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은 더욱 고달프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것은 당신이 바로 당신 자신의 노예 감독일 때다.”

그러나 소로처럼 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삶이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사랑하라’는 말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비선 실세라면 수천억원의 예산을 주무를 수 있고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킬 수도 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현실이 이런데 독자들에게‘고결한 빈자의 삶’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요는 선택이다. 소로처럼 가난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일 터. 하지만 눈 뜨고 코 베이는 한국에서 가난과 패배가 억지로 떠맡겨지는 숙명이라면, 소로의 삶은 범접할 수 없는 하나의 규범일 뿐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위안은 의도된 삶을 선택한 소로 역시 실패를 겪었다는 점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책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은 1,000권을 찍었는데 700권이 반송됐다. 그 때문에 후속작 ‘월든’의 출간을 미루고 7년간 수정작업을 해야 했다. 고결한 소로에게서 친근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변해림 인턴기자

내인생의주인으로산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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