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륙은 인생역전의 열병앓이 중

알림

대륙은 인생역전의 열병앓이 중

입력
2015.07.17 17:26
0 0

8년간 특파원 지낸 에번 오스노스

富를 좇는 사람들 통해 中 이해 시도

"공산당은 이데올로기적 곡예 시작"

천지개벽의 드라마를 쓴 상하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황푸강 너머 푸둥 지역의 마천루를 감상하고 있다. 화려한 빌딩들로 수 놓인 푸둥의 스카이라인은 초고층빌딩 전시회를 연상케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지개벽의 드라마를 쓴 상하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황푸강 너머 푸둥 지역의 마천루를 감상하고 있다. 화려한 빌딩들로 수 놓인 푸둥의 스카이라인은 초고층빌딩 전시회를 연상케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은 세계에 주어진 숙제다. 성장과 변화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21세기형 공산당의 국가를 이해하고 이들과 척지지 않는 것은 세계 정부와 기업, 학계의 필수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세계에서 루이비통 제품을 가장 많이 사는데도 광고에 ‘럭셔리’란 말을 쓸 수 없는 나라.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을 보유했지만 검열에 가장 많은 돈을 쏟는 나라. 부에 대한 발작적인 조바심으로 들끓으면서도 아직 마르크스와 레닌의 당을 지지하는 나라. 과거 소련의 몰락과는 상반된 중국의 성장과 자기모순은 세계인에게 곤혹, 의심, 위협을 안겼다.

‘야망의 시대’는 뒤엉킨 중국 내 열망들을 추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중국의 초상을 예리하게 풀어낸 논픽션이다. 사람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을 통해 중국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영미권에서 호평 받았다. 미 오바마 대통령이 한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한 사실도 원저를 알리는 데 한몫했다.

야망의 시대 /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발행ㆍ568쪽ㆍ1만9,800원
야망의 시대 /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발행ㆍ568쪽ㆍ1만9,800원

대만의 촉망 받던 장교로 변화의 조짐을 읽고 중국으로 밤새 헤엄쳐왔고, 망명한 중국에서 경제학자로 활약하다 세계은행 부총재에 오른 린이푸. 시골 공장에서 일하다 만든 온라인 중매 사이트가 도시로 몰려와 방황하는 중국의 미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며 갑부가 된 공하이난. 공안 검열의 외줄 위에서 곡예하듯 기사의 수위를 넘나들어 “족쇄를 차고 춤을 춘다”는 평판을 얻은 매거진 편집자 후수리 등의 사연이 펼쳐진다.

2005~2013년 시카고 트리뷴, 뉴요커의 중국 특파원으로 체류한 에번 오스노스는 “눈부시게 빛나는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 변화하는 중국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살피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저자는 자신이 8년 동안 체류하며 취재한 기록과 경험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현지의 간행물, 각종 기사, 유출된 정부 문건, 소셜 미디어의 반응, 심지어 공자와 루쉰 등 고전적 언명까지 불러 낸다.

시종일관 침착한 문체로 각 사연의 조각보를 모아 완성해낸 새 중국의 모습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순수한 가능성의 열병을 앓는 땅”이다. 과거와 달리 인민의 환심을 사는 것이 중요해진 공산당이 “더 이상 인민을 지주나 부르주아로 몰지 않겠다” “발전은 유일하고 냉엄한 진실이다” “자기 자신을 믿고 개척하고 투쟁하라”고 외친 순간부터 중국인은 번영을 위해 달려왔다.

부에 대한 집착이 불량식품 생산이나, 생명경시 풍조 등 처참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관료들의 부패는 말할 수 없이 심각해, 시진핑이 고위관료들에게 자중을 요구하자 상어 지느러미 판매가 70% 급감하고, 스위스 시계 수출량이 4분의 1이나 감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저자는 “인민의 번영과 자부심과 힘을 약속”해 이 야망의 최대 수혜자가 된 중국 공산당이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지만 정치를 통제하는 데는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됐으며, 이 통제가 공산당과 인민에 점차 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번영과 자부심이 충족되면 더 많은 자유와 존엄과 정보를 갈구하게 되는 까닭이다. 당은 “우리는 절대로 서양의 정치 제도를 모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중산층의 개념을 입에 올리는 등 아슬아슬한 “이데올로기적 곡예”를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아도 윤택할 수 있다”는 이들과, 더 많은 가치를 갈구하게 된 이들이 공존하는 중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끊임없는 변화만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된 중국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탁월한 기록을 그 여정에 동반하는 것이 좋겠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