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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SK이노베이션의 신선한 임금ㆍ물가연동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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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SK이노베이션의 신선한 임금ㆍ물가연동제 실험

입력
2017.09.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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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률을 물가에 연동시키겠다는 SK이노베이션 노사의 파격적 실험이 신선함을 던진다. 해마다 소모적 줄다리기를 하던 임금협상 과정이 한결 간단명료해질 수 있어서다. 반년 이상 1년씩 걸리던 임금협상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고, 다른 쟁점을 임금협상에 연동시키기 어려워 분쟁도 최소화된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지난주 말 조합원 투표에서 이런 내용의 ‘2017년 임금ㆍ단체협약 갱신 교섭(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73.6%의 찬성률로 가결시켰고 12일 사측과 조인식을 갖는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매년 임금 인상률은 전년도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임금 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여기에 호봉 인상분만 보태면 되니 계산이 쉽고 예측도 가능하다. 교섭 비용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노사의 역량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만에 하나 물가지수가 크게 변동할 때는 노사 한쪽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노사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가 되면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반대로 급격한 지수 상승 때는 추가 협의를 통해 적정 인상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최근 10년 동안 소비자 물가가 3.1% 이내여서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여기에 임금 체계 개선안이 보태졌다. 획일적 ‘호봉 인상률’을 생애 주기에 따른 자금 수요와 근로자의 역량ㆍ생산성 향상도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안이다. 결혼, 출산, 교육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 30ㆍ40대의 인상률은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낮추는 임금체계다. 임금 피크타임을 다소 앞당기고 생산성에 따른 인센티브가 지급될 수 있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또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해 협력업체 등 지원에 쓰기로 한 것도 모양이 좋다. 회사 측도 그만큼의 기금을 보태 주기로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건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도 임단협에서 노사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까지 받은 회사다. 그런데도 이런 협상 결과를 끌어낸 데는 노조의 대폭적 양보와 협조가 불가결했다. 생산성과 연계되지 않은 고임금을 요구하고 파업을 연례적으로 벌여 온 일부 강성 귀족노조에는 귀감이 될 만하다. SK이노베이션의 실험이 노사의 상생추구와 노사 간 관행과 문화의 혁신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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