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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산업 어려워도 블랙리스트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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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산업 어려워도 블랙리스트는 안 된다

입력
2016.07.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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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에 항의했다가 입사가 거부된 조선업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그의 죽음에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얽혀 있다니, 고용 위기에 내몰린 조선업 하청 노동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마땅하다. 아울러 지난달 말 발표된 정부의 조선업 지원 대책도 하청 노동자에게 피해가 몰리지 않도록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목숨을 끊은 김모씨는 대우조선 하청업체의 물량팀장으로 일했는데 그 회사가 임금을 체불한 상태에서 폐업하자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한 적이 있다. 이에 새 사장이 “일을 계속하게 해주겠으니 체불임금의 70%만 받으라”고 하자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체불임금 100%를 다 받고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가 이후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려 했으나 조선소 출입증 발급을 거부당했고 다시 대우조선 하청업체에 취업해 일을 시작했으나 곧 퇴사 압력을 받아 고민했다고 전한다.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고, 이후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겨우 취업한 뒤에도 일을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그의 주장처럼 블랙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마냥 부인하기는 어렵다.

블랙리스트는 과거 사용자 측이 노조 활동 등에 적극적인 노동자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작성한 명단이다. 관련 업계가 공유하면서 취업의 기회와 자유를 원천 봉쇄했으니 엄연한 불법이다. 조선 산업이 아무리 어렵고 대대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블랙리스트는 퇴행적 노사갈등의 상징이자 국제적 웃음거리이기 때문에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은 블랙리스트가 절대로 없다고 하니 그 해명을 우선은 그대로 믿고 싶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현장 노동자 또한 상당수에 이르니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실재 여부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고 본다.

그의 죽음으로 조선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현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해졌다. 대대적 감원 조치로 하청 노동자가 누구보다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계속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임금 체불 등 불이익을 겪고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씨처럼 밀린 임금을 달라고 했다가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여긴다면 부당 대우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 구조조정의 고통이 온전히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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