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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풍광을 호텔 이용객만 즐기겠다고?…제주의 자연은 모두의 자산

입력
2016.05.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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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도가 관광호텔 건립문제로 시끄럽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부영주택에서 신청한 호텔 건축을 허가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호텔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인 제주컨벤션센터 동쪽 일대에 건립 예정이다. 완공되면 1km 가량의 해안선을 따라 4개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그 해안선이 제주도에서도 비경을 자랑하는 지삿개 주상절리 지대라는 것이다. ‘지삿개’라 불리는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는 천연기념물 제443호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핵심지역으로 지정됐고, 매년 17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대표 명소다.

바다위로 솟은 표면은 용암이 흐르면서 형성된 클링커 지형 특유의 외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서로 밀접하게 붙은 주상절리는 마치 조각 작품을 연상시킨다. 현무암 용암이 굳을 때 일어나는 지질현상과, 해식작용에 의한 해안지형 발달과정을 연구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질 자원으로서 학술적·경관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곳이다.

이곳에 호텔 건설이 결정되자 경관 사유화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호텔이 완공되면 중문관광단지 도로변에서는 해안선을 볼 수 없게 되고, 지삿개 일대에서는 반대로 한라산을 조망할 수 없다. 호텔이 거대한 성벽처럼 한라산과 해안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호텔 이용객은 한라산과 지삿개 해안 경관을 모두 즐기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자연 경관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지는 게 당연하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건축·교통 통합심의위원회와 경관위원회에서‘경관협정서’를 의결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경관협정서에는 호텔 허가 조건으로 건축물을 분절하고, 부지 전체 면적의 28%를 공공구역으로 설정해 지역주민과 탐방객에게도 수시로 개방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영주택이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건설 예정인 부영호텔2·3·4·5 조감도. 연합뉴스
부영주택이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건설 예정인 부영호텔2·3·4·5 조감도. 연합뉴스

경관 사유화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보광도 제주의 대표적 해안절경인 성산읍 섭지코지에 건물을 건립해 섭지코지에서 성산일출봉 조망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역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송악산과 이호유원지 등지에도 개발계획이 줄을 잇고 있어 경관 사유화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제주도의 자랑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빼어난 경관자원이다. 특히 섬 어느 곳에서든 한라산과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이제껏 제주를 소개할 때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심지어는 세계 7대자연경관이라 자랑해 왔다. 그 뛰어난 경관은 특정 기업이나 이익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이 땅을 사는 모든 이들의 자산이다. 이러한 인식에는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까지 담고 있다.

요즘도 수많은 이들이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제주로 주소지를 옮긴 이주민의 숫자는 2014년 1만1,113명, 지난해 1만4,257명 등 최근 5년간 4만 명에 달한다. 올해도 1분기에만 4,18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제주로 삶터를 옮기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각종 시설물이 들어선 도시화된 제주가 아니라 천혜의 자연경관이 온전하게 보존되고 맑은 물과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청정 제주가 모든 사람의 바람 아니겠는가. 눈앞의 이득에만 집착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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