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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말아?” 늘어나는 먹거리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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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말아?” 늘어나는 먹거리 포비아

입력
2017.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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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직장인 장모(27)씨는 빙수전문점에서 멜론을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낸 후 그릇으로 활용한 멜론 빙수를 보자 의심이 들었다. ‘혹시 껍질을 재활용한 건 아닐까?’ 찜찜한 맘으로 빙수를 먹고 나니 껍질 여기저기 아이스크림과 팥이 범벅이 돼 재사용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도 숟가락으로 멜론 껍질 곳곳에 흠집을 냈다. “혹시 (재활용할지)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게 없지 않느냐”고 멋쩍게 웃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음식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위생 영양 상태에 대한 불신에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공포까지 버무려진 모양새다. 12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57.4%)이 ‘집밥 외 음식이 위생적이지 않다’고 답했을 정도다. 주부 이모(28)씨는 “제 식구가 먹는 음식이 아니면 아무래도 모든 면에 신경을 덜 쓸 것 같다”며 “식당 물은 수돗물이지 않을까 싶어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표적 우려는 반찬 재활용. 회사원 이정민(28)씨는 “종업원이 남은 반찬을 한군데 모으지 않고 조심조심 치우는 식당에선 밑반찬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을 재활용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고깃집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대학생 강지현(25)씨는 “‘남은 김치는 찌개용으로 사용한다’는 당시 식당 방침에 충격을 받아 그 뒤로는 어떤 식당을 가든 식사를 마치면 밑반찬을 모조리 섞어놓고 나온다”고 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에서도 ‘음식을 재사용하는 업체가 많을 것이다’는 항목에 응답자 10명 중 8명(83.5%)이 ‘그렇다’고 답했다.

불분명한 원산지 표시도 거슬린다. 회사원 심모(27)씨는 “살충제 계란 논란 직후 3,000원대 저렴한 가격에 안주를 판다는 술집에 갔더니 계란말이를 대표 메뉴로 걸어놓고는 원산지 표시는커녕 ‘안전하다’는 문구조차 없더라”며 “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내키지 않아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이에 못미더운 식당은 발벗고 소문을 내기도 한다. 회사원 유모(30)씨는 “먹다 남긴 해조류를 물에 씻은 뒤 다시 다른 손님상에 내는 것을 보고 ‘너무하다’ 싶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업체 만행을 알렸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바깥음식을 먹어야 할 땐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적극 활용한다. 직장인 이은지(25)씨는 “식당이 위생불량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지 앱으로 조회한 뒤 방문한다”고 했고,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도서관에 도시락을 못 가져가면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곤 하는데, 식품첨가물 사용 여부를 앱으로 확인하곤 한다”고 했다.

때론 ‘예민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주부 이모(32)씨는 “다른 사람은 물론 남편마저 ‘바깥에서 먹는 게 다 그렇지, 웬 유난이냐’ ‘적당히 지저분하게 먹어도 안 죽는다’ ‘예민하게 굴다 없던 병도 생기겠다’고 핀잔을 준다”며 “먹거리 걱정을 하게 하는 사회가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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