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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묵과할 수 없는 中 경호원들의 한국기자단 폭행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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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묵과할 수 없는 中 경호원들의 한국기자단 폭행 만행

입력
2017.12.14 23: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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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한국 사진기자들이 14일 대통령 행사 취재 중 중국 보안업체 소속으로 보이는 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크게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서 열린 한중 무역파트너십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을 따라 이동하려던 본보 사진기자가 제지당한 데 항의하자 경호요원이 멱살을 잡고 바닥에 넘어뜨려 부상을 입혔다. 경호요원들의 통제가 계속되자 매일경제 사진기자가 항의하면서 또 경호요원과 말싸움이 벌어졌고, 몰려든 10여명에게 끌려가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이 기자들은 안구 출혈 등 부상이 심각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통령 국빈방문에 동행한 기자가 취재 중 방문국 경호요원들의 집단 구타로 부상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이 과도한 언론 통제로 국제적인 비난을 사는 나라이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다. 폭력을 휘두른 경호요원들은 이날 행사를 주관한 코트라가 고용한 보안업체 소속 직원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행동이 중국 공안 당국이 정한 경호 규범에 따른 것인지, 아니라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저지른 짓인지 등의 사실관계는 더 조사가 진행되어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설사 일부 요원들의 일탈로 드러난다 해도 중국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체 경호를 지휘하는 책임은 공안 당국에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강한 유감 표명과 철저한 진상 조사 요청만이 아니라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분명하게 약속 받아야 한다.

정상회담 등 중국 취재 때 기자들과 경호요원들의 긴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런 점을 염려해 “의전 협의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 써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이런 불상사가 난 것을 보면 그 논의가 얼마나 믿을 만하게 진행되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동행 취재를 온 기자들의 이동이 제한되어 항의가 빗발치는 현장에서 우리 당국자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국빈 방문 초청에 전혀 격이 맞지 않는 의전 홀대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 공항도착 영접에 우리의 차관보급인 외교부 부장조리를 내보냈고, 3박 4일 일정 중 중국 고위인사들과의 식사 행사는 정상회담 후 시 주석이 참석한 국빈만찬과 마지막 날 천민얼 충칭시 서기와의 오찬밖에 없다. 사드 앙금이 남아 우리 정부와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길들이려는 의도라면 참으로 옹졸한 처사이며 전혀 대국답지 못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결과가 돌발적인 사태로 흐려져서는 안되지만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엄중 항의하고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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