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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건너 편의점… 본사 웃고 가맹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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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건너 편의점… 본사 웃고 가맹점 울고

입력
2016.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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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본사 매출액 5년새 2배

점포 수 증가로 나홀로 성장

매년 임대료ㆍ인건비 오르면서

가맹점 수익은 뒷걸음질

“본사와 이익배분 조정” 목소리

지난해 초 인천에서 편의점을 연 김정민(가명ㆍ45)씨는 하루 16시간씩 주말도 없이 아내와 교대로 쉬지 않고 일했다. 가맹 계약시 본사 직원이 최소 월 4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한 말만 철썩 같이 믿었다. 김씨는 매일 모든 매출을 본사에 송금하고, 본사는 원가 등을 제한 매출총이익의 65%를 김씨에게 지급했다.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익배분율 35 대 65에 따른 계산이었다. 그러나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떼고 나면 김씨 부부가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도 안됐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데다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까지 요구하자 김씨 부부는 결국 작년 7월 편의점을 정리했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 나온 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50대 중반의이지훈(가명)씨도 2년 전보다 월 수입이 90만원 이상 줄어 울상이다. 임대료가 40만원, 인건비가 50만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점포 수가 늘면 수익이 늘 수밖에 없는 본사와 달리 가맹점주는 자꾸 수익이 빠져나가는 역삼각형 구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인 가구의 급증에 편의점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가맹점주의 이익은 갈수록 박해지고 가맹본사만 나 홀로 성장하는 흐름이 고착화하고 있다. 17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빅4의 본사 매출액은 총 14조5,953억원이었다. 이는 2010년(6조7,621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연 평균 성장률은 16.6%이나 된다. 전체 편의점 가맹점 수가 2010년 1만4,544개에서 지난해 2만8,203개로 증가한 데 따른 성장이다.

그러나 정작 가맹점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연 매출이 2010년 5억650만원에서 지난해 5억8,875만원으로, 연 평균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9.8%나 오르고, 최저임금도 매년 5% 안팎씩 꾸준히 상승한 것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한 셈이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의 연간 매출액이 4억8,400만원에서 4억8,2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맹본사의 매출이 350% 급증한 것과 대조된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본사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개별 가맹점주의 고정비용은 오히려 계속 오르고 있다”며 “과거에는 35 대 65의 배분율이면 점주도 수익이 남았지만 현재 이 구조로는 어림도 없어 25 대 75 수준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 의원은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본사에 대항력을 갖추고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2013년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법ㆍ불공정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공정위가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사문화한 바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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