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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먼지 재앙은 산업 전환을 요구한다

입력
2017.05.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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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요 며칠 눈이 뻘겋게 충혈되고 목이 붓더니 급기야 앓아 누웠다. 병원에 가니 외출을 자제하란다. 미세먼지 공포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미세먼지에 대해 “외출 좀 삼가고 마스크 쓰면 되지” 하고 가볍게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삼천리금수강산’에서 언제부터인가 돈 주고 물을 사먹어야 하더니, 이제는 공기도 마음껏 들이킬 수 없게 됐다. 이미 도심에는 산소카페도 들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발암성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부 대책은 어떠했는가? 성장 제일주의 정책 때문에 항상 ‘규제완화’는 단골 정책이 되었다. 그 결과 석면 및 가습기살균제 피해처럼 톡톡한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했다.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본 사람이라면 맑은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에는 외출을 삼가라”는 안내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언제까지 ‘중국 발 미세먼지’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제조설비와 화력발전소 증설, 자동차 매연, 석유화학 공장과 제철소 밀집 등 인위적 요인이 더 크다. 그러니 중국에 책임을 떠넘겨도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해안에 집중된 화력발전소만도 그렇다. 국내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29기가 충남지역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미세먼지는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 건강피해가 가장 큰 물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 규모는 담배보다 더 크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은 ‘2015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2002~2015년 인구 10만명 당 사망 원인별 사망률 통계에따르면, 2015년 기준 호흡기계통 질환 사망률이 무려 54.6%에 달했다. 유전적 요인과 지나친 흡연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에도 일부 원인이 있겠지만, 현재의 미세먼지 재앙을 방치할 경우 석면이나 가습기살균제 피해처럼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의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높아지면 사망자가 0.44% 늘어난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당 350㎍까지 높아지면 사망자는 13.2% 늘어 하루 에 15명이 추가로 숨진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영업직 사원, 택배 기사, 조선소나 공사장 등 옥외작업에 주로 종사하는 노동자 등의 건강권 문제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도 미세먼지 경보 발령 때 “호흡기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한 것이 고작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옥외 근무 직업군 노동자에게는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급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해 마땅하다. 그리고 이런 노동자들의 호흡기질환에 대한 산재인정 비율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배출량 감소, 친환경에너지 발전소와 친환경건축물ㆍ공공시설 확대’와 관련해 좀더 구체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오염물질을 내뿜는 대기업에 환경세를 더 물리기나 미세먼지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 등이 거기에 들어가야 한다. 어떤 경우든 경기 부양을 이유로 환경규제 완화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는 경제활동까지 위축시켜 경기침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면 금세 알 수 있다.

미세먼지 재앙은 앞만 보고 달려온 국내 산업의 대전환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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