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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뒤흔든 인터넷은행 첫돌… 은산분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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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뒤흔든 인터넷은행 첫돌… 은산분리에 발목

입력
2018.04.02 03: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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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뱅크 70만, 카뱅 565만 가입

저금리 경쟁, 비대면 거래 이끌어

은행권 뒤늦게 모바일 환경 정비

#2

산업자본 참여 제한에 증자 한계

재원 바닥 나 인기 상품 접기도

사업모델도 점차 시중은행 답습

케이뱅크 영업 개시를 기점으로 국내 인터넷은행이 오는 3일 출범 첫돌을 맞는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그보다 3개월 늦게 출범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예대마진에 의존한 보수적 영업의 타성에 젖은 은행권에 ‘메기’ 역할을 하며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규제에 가로막힌 양적 성장,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을 잃어가는 영업 방식 등 국내 인터넷은행이 일찌감치 한계에 부딪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성 젖은 은행권 휘젓는 ‘메기’

1일 금융권에 따르면 ‘24시간 365일 문닫지 않는 은행’을 표방하며 지난해 4월3일 출범한 케이뱅크는 비(非)대면 거래라는 편의성과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낮은 대출금리 등 차별화한 전략으로 2017년 연간 목표로 세운 수신액(5,000억원)과 여신액(4,000억원) 규모를 출범 두 달 만에 달성했다.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산은 수신 1조3,000억원, 여신 1조원에 이르고 가입자 수는 7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운 높은 인지도와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ㆍ경험(UIㆍUX)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가파른 성장세 속에 지난달 가입자 565만명을 넘어서는 등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인터넷은행은 예대마진에 의존한 영업 방식을 고수하며 ‘고인 물’로 평가 받던 은행권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터넷은행 돌풍에 시중은행들은 속속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강화, 탄력점포 운영, 간편 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신한S뱅크 등 기존 6개 금융거래 앱을 한데 모은 모바일뱅킹 앱 ‘쏠(SOL)’을 출시했고,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한번 로그인하면 별도의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송금할 수 있는 이체 서비스를 추가했다.

인터넷은행 역시 앱을 통해 보험상품을 파는 모바일슈랑스(케이뱅크), 전ㆍ월세보증금 대출상품(카카오뱅크) 등을 내놓으며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전ㆍ월세보증금 대출은 출시 49일 만에 당초 목표한 약정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뱅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음성상담이 가능한 ‘콜봇’ 연구에 착수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도약 기회

금융시장을 흔들며 무섭게 성장해온 국내 인터넷은행은 그러나 출범 1년 만에 주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은산분리 규제는 이들의 도약을 막는 최대 장벽으로 꼽힌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축이 돼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현행법은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우려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한도를 4%로 묶고 있다.

케이뱅크가 출범 초기 인기 대출상품이었던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를 출시 석 달 만인 지난해 7월 중단했다가 10월에야 재개했던 것도 은산분리 규제로 증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원이 일시 바닥났던 탓이다. 최대 주주가 금융자본(한국투자금융지주ㆍ지분율 58%)인 카카오뱅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은행의 혁신속도가 느려진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업 서비스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흡수되는 등 금융과 IT의 결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산분리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에 비춰볼 때 발생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차별화라는 ‘초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활성화가 기대됐던, 중ㆍ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이 대표적 사례다. 케이뱅크의 2월 은행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를 주요 시중은행 6곳과 비교해본 결과 최우량 신용등급인 1, 2등급에게 적용하는 연 금리는 3.60%로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이었지만, 3, 4등급 고객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는 연 5.47%로 6개 은행보다 높았다. 5, 6등급 대출금리(연 6.77%)는 시중은행 5곳보다 높았고 9, 10등급 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정교한 신용분석과 낮은 비용 구조로 금리 부담을 줄이겠다던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ㆍ보험연구실장은 “인터넷은행의 사업 모델이 여전히 몸집이 큰 시중은행과 비슷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차별화되고 지속가능한 영업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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