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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학종? 성적 집착 극복하면 백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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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학종? 성적 집착 극복하면 백조 될 것”

입력
2016.10.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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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중심 강의식 일변도에서

2년 새 토론수업 참여 학생 늘어

교사는 학생 특성에 관심 갖고

학생은 주도적으로 진로 고민

‘선발은 무조건 서열’ 통념에

학생부 손대고 싶은 유혹 여전

깜깜이 전형ㆍ불공정 논란 지속

성적지상주의로 제도 흔들면 안 돼

지난 9월 21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되었다. 자기소개서를 거짓으로 꾸미면서 자괴감에 빠졌다는 수험생 얘기가 기사화되고 급기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이 논란이 되었다. 학부모들 주변에 떠도는 얘기가 지나치게 부정적인데,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학종 비판이 ‘교육’이 아니라 ‘입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학종이 우리 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두 번째 인터뷰 주제로 정했고, 학종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덕년(54)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4일 만났다.

김덕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4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이뤄진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성적 패러다임 속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미운 오리 새끼지만 성장을 중시하는 새 패러다임이 받아들여질 경우 멋진 백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한공부연구소 제공
김덕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4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이뤄진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성적 패러다임 속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미운 오리 새끼지만 성장을 중시하는 새 패러다임이 받아들여질 경우 멋진 백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한공부연구소 제공

강의식 수업에서 참여형 수업으로

-학종 도입 이후 달라진 학교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변화는 확실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업무상 학교생활기록부를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항목이 바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입니다. 올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의 세특에는 토론 수업이나 활동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활동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같은 학생이 1학년이었던 2014년의 기록에는 주로 교사들이 중심이 된 강의식 수업 일변도였지요. 짧은 기간에 교실 수업의 형태가 달라진 것입니다. 학생 참여가 중심이 된 수업으로 인해 가능해진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이를 틈틈이 기록할 수 있을 때 학생부 기록도 풍부하게 되지요. 이런 점에서 올해 수업 시간에 드러난 학생들의 활동이 다양하게 기록된 것을 본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김 장학사와 학종이 가져온 학교의 변화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요약하면, 우선 학생들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진로 의식을 분명히 갖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고 발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다양한 활동들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주도적인 학생들이 많아졌다’등이다.

더불어 교사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주입식 문제풀이 수업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 진로 고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학교의 수업 풍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졸거나 공부를 포기하고 잠만 자는 학생들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시작되는 마당에 여전히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학교 교육에 큰 희망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도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중요한 학부모 입장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었다.

-학종 시행으로 그렇게 달라진 고등학교가 얼마나 될까요?

“아직은 많은 고등학교가 수업은 예전처럼 하면서 학종을 대비하려고 무작정 비교과 활동을 요구하거나 학생부 기록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큽니다. 적어도 수업에 대해서만큼은 책잡히고 싶어하지 않지요. 애써 준비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반응이 좋으면 교사들의 자존감도 함께 커지죠. 그래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엎드려 자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수업의 형태를 다양하고 재미있게 바꾸게 됩니다. 학생들이 참여하면 아무래도 조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지요.

이러한 활동 중심 수업이 학종의 평가에 반영되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바로 자발적으로 수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교육과정재구성-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통해 교실의 모습을 바꾸려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학생부 기록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는 방법은 결국 수업에 학생이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수시로 기록으로 남깁니다. 결국 학생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살피게 되는 것이지요. 과거 강의식 수업에서는 학생 개인을 살피기가 어려웠지요. 이런 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교육청의 지원이 잘 연결되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덕년(사진 오른쪽) 경기도교육청 장학사가 4일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행복한공부연구소 제공
김덕년(사진 오른쪽) 경기도교육청 장학사가 4일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행복한공부연구소 제공

성장 중심 전형 vs. 성적 중심 전형

김 장학사는 학종을 미운 오리 새끼에 비유했다. 그 동안 대입은 점수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앞뒤에 있는 학생의 운명이 바뀌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학종은 성격이 다르다.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성적이 아니라 전인적인 성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성적 패러다임에 집착한다면 학종은 미운 오리 새끼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인다면 멋진 백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루 빨리 백조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 방도를 찾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내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이런 변화를 체감하는 학부모들이 빠르게 늘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여전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학생부가 제대로 작성되는 것인지,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아닌지 부정적인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학생부에 손을 대고 싶어 하는 유혹은 우리 현실과 관계 있습니다. 모든 길은 대학입시로 통하는 우리나라 현실, 그리고 ‘선발은 무조건 서열’이라는 통념 속에서는 학생부 기록조차 대학입시 지도하듯 관리합니다. ‘잘’ 기록돼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대단하고요. 이 ‘잘~’이라는 말을 스펙의 관점으로 접근하죠. 그러다 보니 내용만 나열하여 학생부 분량을 늘리거나 과장하거나 허위로 쓰고 싶은 거지요.

이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잘못됐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그 기준이 내 아이일 때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더라고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와 교사 스스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분들은 어떠한 입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편법부터 먼저 익히게 되고 그게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부정적인 사례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정도(正道)를 갔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는데요.

“저는 현행 입시를 크게 ‘성장 중심’과 ‘성적 중심’ 전형으로 구분하고 싶어요. 성장 중심에는 학종이 자리하고 있고, 성적 중심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생부 교과, 그리고 논술이 있지요.

성적 중심 전형은 성적을 기준으로 서열을 매겨서 뽑는 방식이라면 성장 중심 전형은 학생의 성장을 반영한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전형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이 ‘입학사정관이 주목하는 것은 학생의 현재 역량이다. 역량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다각적인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학이 다양한 역량을 지닌 학생을 선발해 또래 효과로 서로 시너지를 낸다면 대학은 구성원을 다양하게 구성한 것만으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입시에서도 다양성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결과 지상주의에 매몰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교과나 수능 등도 학교 교육 과정 활동에 의해 교육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직 점수만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쥐어짰어요.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참, 그 동안 우리는 지나쳤지요. 이제는 학생의 삶이 존중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반성하고 훈수꾼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학생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면 좋겠어요.”

그간 학교 혁신, 수업 혁신의 불모지였던 고등학교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수능 대비 수업을 할 때는 학생이 점수로 보였는데 지금은 학생의 개성을 파악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되었다는 한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교육의 생명은 학교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라고 평소 생각해왔다. 그 만남이 학생들에게 충만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면 학종은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 교육의 생명줄이지 않은가. 학교 현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입시 제도가 생기다니. 그간 학교는 늘 입시 제도 때문에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가득했는데 말이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다시 성적 중심 입시로 후퇴한다면 우리는 조만간 새로운 입시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학종은 입시기제로서 많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교육기제로서는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시와 교육, 양 측면을 모두 보고 얘기해야 비난이 아닌 비판이 될 것 같다. 김 장학사의 얘기에 공감하는 우리 사회의 경험이 빠르게 확산되어 반감을 일으키는 경험을 압도하는 시기를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김덕년 장학사는

-1962년 강원 동해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경기도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2010~2012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2013년~)

-수필집 ‘학교에는 꿈꾸는 아이들이 있네’, ‘학교야, 훨훨 날자꾸나’, ‘혁신 생명 공감 치유’ 등과 시집 ‘내 안에 그리움 있어’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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