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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천 참사, 구조 골든타임 놓친 이유 뼈아프게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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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천 참사, 구조 골든타임 놓친 이유 뼈아프게 돌아봐야

입력
2017.12.22 17:4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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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안전사고이지만 이 과정에서 소방 당국의 대응이 기민하고 적절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당장 사고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과 유족 사이에서는 사고 발생 직후 소방 인력의 현장 접근이 늦지 않았는지, 대형건물 화재의 주요 사인인 유독가스 질식을 막기 위한 구조 판단이 신속ㆍ정확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21일 오후 3시53분쯤 신고됐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7분 뒤인 오후 4시쯤이었다. 하지만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2층으로 소방ㆍ구조인력이 진입한 것은 그러고도 30~40분 지난 뒤였다. 그때는 이미 유독가스에 질식해 이미 20명이 숨져 있었다. 현장 주변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뒤 1시간 넘게 건물 안에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통화 했으나 결국 구조되지 않았다”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질 정도로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했다”는 말이 나왔다. 소방 당국은 진입로인 1층이 불길에 휩싸여 결국 2층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현장 도착 즉시 통유리인 2층 사우나 외벽을 깨고 바로 진입할 생각을 왜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굴절ㆍ고가 사다리 소방차로 고층으로 대피한 사람을 구조한 과정도 논란이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지체됐고 또 굴절 소방차를 설치하는 데도 30분가량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밸브가 터지면서 한동안 굴절 소방차를 작동할 수 없었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이렇게 소방 당국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인근에서 고층 작업을 하던 민간업체 사다리차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 8층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3명을 먼저 구해냈다. 소방차가 사다리 차를 이용해 고층 피난자를 구조한 것은 그 뒤 한 명이 전부다.

재난구조를 책임진 당국의 허술한 대응은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해경 해체 상황을 맞은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15명이 숨진 이달 초 인천 영흥도 주변 낚싯배 침몰 사고 때에도 당국의 늑장 출동이 문제가 됐다. 예산이 부족해 인력도 장비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해경이나 소방청의 고충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부실한 재난 대처를 그런 이유만으로 면피하려 해서도 안 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사고를 되풀이할 것인지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10대 공약의 하나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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