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지갑 활짝 열린 한가위… "내수 회복" vs "반짝 호황"

알림

지갑 활짝 열린 한가위… "내수 회복" vs "반짝 호황"

입력
2015.10.04 19:05
0 0

백화점·마트 등 소매점 매출 늘고

차·대형TV 9월 판매량도 쑥쑥

"추경과 소비 활성화 대책 겹쳐

내수 주도 경기 회복세 뚜렷"

"일회성 소비 진작책은 한계

일관된 경제 정책으로 신뢰 줘야"

추석 연휴를 전후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등 소매점 매출이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승용차와 대형TV의 9월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제조업 생산도 회복세를 보이며 소비 회복이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내수에 전전긍긍하던 정부는 하나 둘 개선되는 지표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내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소비심리 불 지피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응은 여전히 신중하다. “내수가 확실히 살아났다고 진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정부의 자찬성 홍보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내수회복 동향’ 자료에 따르면 추석 3주 전부터 연휴 마지막 날까지(9월 7일~29일) 주요 업종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10.9%와 6.7% 증가했으며 아웃렛 매장은 13.8%나 매출이 늘었다.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 매출액도 각각 14.2%와 52.3% 증가한 것으로 집계가 됐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더불어 8월 14일부터 실시했던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소비 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더해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야구장(17.5%), 놀이공원(15.6%), 영화관(7.9%), 박물관(20.2%) 등 연휴 나들이객도 작년에 비해 늘어났다.

8월 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9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5.5% 늘었고, 주요 가전업체의 대형TV 판매량도 인하 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소비 증가뿐 아니라 생산과 투자 지표도 개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데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9월 산업용 전력사용량(0.7%), 화물차 통행량(6.5%), 자동차 생산량(13.5%)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은 물론 아파트 분양 물량(5.7%), 시멘트 내수 출하량(17.0%) 등 건설 투자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종합적인 지표인 산업생산 역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서는 모습”(9월24일 재정전략협의회)이라고 밝히는 등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한 번 소비가 살아나면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 심리 회복에 큰 의미가 있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한풀 꺾였던 경기가 내수 주도로 회복세가 강화되는 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의 긴 터널을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내에선 3분기 성장률이 5분기 만에 1%대에 복귀했을 거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생각은 정부의 진단과 사뭇 결이 다르다. 메르스 등으로 미뤘던 소비나 계획했던 미래 수요를 앞당긴 것이 한꺼번에 몰렸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지금의 소비 활성화는 가처분소득이 증대된 것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소득이나 자산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짝 소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에 따른 소비 증가라는 측면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개소세 인하가 끝나는 내년 초 승용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절벽 현상’이 올 수도 있다”며 일회성 소비 진작책의 효과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부의 잦은 소비 진작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단기 부양책을 동원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