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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 수축기 혈압 150㎜Hg 넘기 전에 적극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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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 수축기 혈압 150㎜Hg 넘기 전에 적극 나서라

입력
2015.03.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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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연구팀, 9만명 대상 분석

약물치료에 생활요법 병행이 최상

금연ㆍ금주ㆍ적정 체중 유지 중요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을 빨리 치료해야 심장발작, 뇌졸중 등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의학 저널(BMJㆍ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2월 5일자)에 발표된 논문들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가운데 혈압이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 150㎜Hg를 넘어선지 1.4개월 안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심혈관 발병과 조기 사망 위험이 2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 140㎜Hg 이상, 확장기 혈압(최저 혈압) 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혈압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뇌졸중, 뇌경색, 안구 내 출혈, 시력손상, 발기부전 등을 일으키는 등 합병증이 더 치명적이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1.5%(2012년 국민영양조사), 60세 이상 고령인의 경우 64.6%(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 고혈압 환자이다.

“150㎜Hg 이상이면 빨리 치료해야”

웨신 쉬 하버드대 의대 베스이스라엘디코네스병원 교수는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혈압 환자 9만 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코호트(COHORT)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강압치료 시기가 수축기 혈압 130~149㎜Hg인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 뇌경색 심부전증 등 심혈관 질환이나 조기 사망 위험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150㎜Hg 이상일 때 심혈관 질환 발병과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

같은 연구에 참여했던 알렉산더 터친 하버드대 의대 브링검 여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이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150㎜Hg를 넘으면 1.4개월 안에 바로 약물 복용 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터친 교수는 또 치료 시작 후 최소한 2.7개월 동안 혈압조절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며 이 과정을 게을리해도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친 교수는 “혈압이 150㎜Hg를 넘어선 이후 1.4개월 내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심혈관 발병과 조기 사망 위험이 20%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또 “공격적 치료를 시작한 후 2.7개월이 지나도록 혈압 조절 상황을 지켜보지 않았을 때도 이런 위험은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고혈압 진단 후 얼마나 신속히 대응해야 하느냐를 살펴본 연구는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의사들에게 새로운 치료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고혈압 1기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목표 혈압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140/90㎜Hg 미만을 목표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볼 때 수축기 혈압이 150㎜Hg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약물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경증 고혈압 치료법, 나라마다 달라

경증 고혈압, 특히 수축기 혈압 140~149㎜Hg인 환자에 대한 관리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가이드라인이 다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치료가 필요한 수축기 혈압의 기준에 대해서도 JNC-8(2014 미국고혈압 치료 권고)이나 ESH/ESC(유럽고혈압학회/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강압 목표를 젊은 층에서는 140㎜Hg 미만, 고령자(가이드라인마다 다른 정의)에서는 150㎜Hg 미만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NICE(영국 국립 보건임상연구소)에서는 수축기 혈압 140~160㎜Hg일 때 다른 심혈관 위험인자나 장기의 장애가 있을 때만 혈압을 낮추는 요법을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개정된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1기 고혈압 환자에서는 생활요법을 우선 시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효과가 적다고 판단되거나 다른 위험인자가 나타난 경우, 환자가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 때에는 가급적 빨리 약물을 투여해야 하고, 특히 고위험 1기 환자는 곧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하라고 정했다. 고령이거나 당뇨병, 뇌졸중, 만성 콩팥질환 등을 동반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목표 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Hg 미만, 확장기 혈압 90㎜Hg 미만으로 규정했다. 손 교수는 “다만 가정에서 측정할 때 정상 혈압은 135/85㎜Hg 미만”이라며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이보다 높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생활요법 병행하면 혈압 낮아져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약물치료만 해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별다른 생활요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을 병행하면 복용 약의 용량과 개수를 줄이고, 약 효과를 최대화할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은 “좋은 생활습관을 지니면 고혈압 약 1개 정도의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지닌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고혈압 환자 등을 줄이기 위해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 수칙’까지 마련했다. 담배 끊기, 음주 자제(하루 한 두잔),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정 체중ㆍ허리둘레 유지, 긍정적인 마음가짐, 정기적으로 혈압측정,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 응급증상(뇌졸중ㆍ심근경색) 숙지 등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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