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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빈 기자

등록 : 2018.01.01 17:05
수정 : 2018.01.01 22:06

김정은, 한국에 ‘평창’ 손짓 미국엔 ‘핵단추’ 위협

신년사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

등록 : 2018.01.01 17:05
수정 : 2018.01.01 22:06

美엔 ‘핵보유국 인정하라’ 메시지

남북관계 개선 활용 대북제재 회피 속내

靑 “환영… 北 의도 신중히 확인할 것”

1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연설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던진 메시지로 한반도 정세가 큰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히며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 메시지를 던진 것은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반전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일면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로로서 남북관계 개선을 택한 측면도 없지 않다. 나아가 북핵 불용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힘을 모아온 한미 간 공조에 틈을 벌리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평창행이 우리 정부 입장에선 ‘양날의 칼’이 될 것이란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며 “남북관계를 개선해 올해를 사변적 해로 빛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면서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 장비를 끌어들이는 행위를 일체 집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미 당국이 북한 신년사를 놓고 긴밀한 조율을 거친 뒤 도출한 공식 입장이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연기 등 구체적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진짜 의도를 신중하고 면밀히 확인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도 이날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한 구체적 의사 표시 없이 책임 있는 핵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했다”며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대미 핵억제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시기, 장소, 형식 등에 구애됨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며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 있게 마주앉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해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평창 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제안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북한의 잇단 핵ㆍ미사일 도발로 비판에 직면했던 ‘한반도 운전자론’도 재평가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박 대변인은 “남북 간 대화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준 것으로 보면서도 서두르진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결국 한미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북한의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신년사에서도 미국에 대한 핵위협 강도를 높이려는 북한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 그 어떤 핵 위협도 봉쇄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남북 간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는 것이지,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면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남측이 거부하기 어려운 대화 제의를 던지는 한편 미국에 대해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이중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대화가 좀처럼 재개되지 않는 형국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을 회피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도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자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제재를 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간 평화무드가 얼마만큼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단 평창 올림픽 대회 기간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남북 간 대화가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미국은 한미훈련 등 대북 군사압박 카드를 꺼내 들어 다시 대립 구도로 회귀할 수도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평창을 매개로 한 남북 간 대화를 북한의 비핵화 논의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해법 도출이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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