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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병언 수사 검찰수뇌부는 책임질 일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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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병언 수사 검찰수뇌부는 책임질 일 없나

입력
2014.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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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경찰청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부실수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문책을 시사한 지 반나절 만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질책이 전해진 뒤에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은 거취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경찰청장 사퇴가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으면 되레 이상한 일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세월화 참사와 관련한 유병언 수사는 검찰이 주도한 것이다. 유씨 일가와 측근 비리뿐 아니라 유씨 본인에 대한 검거 작전도 검찰이 지휘봉을 잡았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검찰 스스로 전면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수사가 잘못된 책임은 경찰이 도맡는 형국이 됐다. 경찰이 자신들의 잘못이 커서 말을 못해서 그렇지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검찰의 말발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경찰이 검찰의 협조요청을 고분고분 받아줄 리도 없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유씨 시신이 40일 만에야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일차적으로 경찰의 잘못이지만 변사자 신원확인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의 책임도 못지 않다.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는 변사자 유류품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검찰은 순천 송치재 별장을 수색하면서 유씨가 숨어있던 비밀공간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실수를 범했다. 한달 뒤 다른 피의자가 스스로 비밀공간을 알려주기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은폐하기까지 했다. 눈앞에서 유씨를 놓치고, 이미 백골이 된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코미디도 연출했다. 경찰과 정보를 공유해도 모자랄 판에 따돌리는 데 더 공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사건 내내 유씨 검거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국민을 향해 큰 소리를 쳤다. 군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반상회까지 소집했다. 유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보상에 따른 구상권 청구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중요 인물을 검거하기는커녕 도주를 사실상 방조해 숨지게 한 것은 수사의 완전한 실패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 말대로 국가적 역량을 낭비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황교안 법무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은 그 동안 “책임질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책임질 일이 없다는 것인지,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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