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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타짜', 살벌한 '타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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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타짜', 살벌한 '타짜2'

입력
2014.09.0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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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는 “화투는 슬픈 드라마”라는 대사 등을 통해 낭만성을 강조한다. ‘타짜-신의 손’은 주인공 대길의 짙은 화장만으로도 욕망의 덧칠이 느껴진다. CJ엔터테인먼트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짜’는 “화투는 슬픈 드라마”라는 대사 등을 통해 낭만성을 강조한다. ‘타짜-신의 손’은 주인공 대길의 짙은 화장만으로도 욕망의 덧칠이 느껴진다. CJ엔터테인먼트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짜’(위)는 “화투는 슬픈 드라마”라는 대사 등을 통해 낭만성을 강조한다. ‘타짜-신의 손’은 주인공 대길의 짙은 화장만으로도 욕망의 덧칠이 느껴진다. CJ엔터테인먼트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짜’(위)는 “화투는 슬픈 드라마”라는 대사 등을 통해 낭만성을 강조한다. ‘타짜-신의 손’은 주인공 대길의 짙은 화장만으로도 욕망의 덧칠이 느껴진다. CJ엔터테인먼트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람보’(1982)는 꽤 인상적인 반전 영화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군 특수부대원 람보(실베스터 스탤론)가 사회적 냉대에 울분으로 맞서는 모습을 그렸다.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며 잠재적 범죄자로까지 오인 받는 람보는 베트남전이 미국사회에 드리운 그림자를 상징한다.

3년 뒤 극장가를 찾은 ‘람보2’는 전편과 달랐다. 단순 과격했다. 냉전 이데올로기에 기댄 화끈한 액션영화로 변질했다. 1편보다 근육을 더 키운 람보는 베트남에서 미군 포로 구출을 위한 초인적인 활약을 한다. “람보가 10명만 더 있었어도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승리했을 것”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상식 밖 이야기로 일관한다. 람보는 3편(1988)에선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가 세계 정복의 야욕에 젖은 옛 소련의 음모를 분쇄한다. 레이건의 신보수주의가 폭주하던 시절이었다.

추석 상영작 ‘타짜-신의 손’을 보며 엉뚱하게도 ‘람보’ 시리즈를 떠올렸다. 전편 ‘타짜’(2006)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타짜’와 ‘타짜2’는 노름판을 배경으로 돈을 향한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까발린다. 이야기 틀은 공유하나 정서적으로는 딴판이다. 원조 ‘타짜’가 사람 냄새 나는 낭만적 영화였다면, ‘타짜2’엔 돈 냄새와 피 냄새, 살 냄새가 더 물씬하다.

주인공부터 결이 다르다. 고니(조승우)와 대길(최승현)은 삼촌과 조카 사이로 비슷한 유전자를 지녔다. 탁월한 노름 감각에 목숨과도 맞바꿀 승부욕의 소유자들이다. 노름판 입문의 계기와 노름의 목표는 다르다. 성실한 공장 노동자였던 고니는 얼떨결에 노름판에 끼어들었다가 패가의 감정을 경험한다. 복수를 꿈꾼다. 전설적인 타짜 평경장(백윤식)에게 갖은 기술을 사사한다. 잃은 돈의 다섯 배를 손에 쥐면 노름판을 떠나겠다고 약속한 뒤다.

고니는 노름의 환희에 젖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돈보다는 승부사 기질이 문제였다. 마지막 ‘혈전’을 벌인 뒤 고니는 판을 떠난다. 낭만의 절정이다. 고니에게 돈과 노름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사랑과 행복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고니처럼 험난한 청춘을 살던 대길은 어려서부터 화투를 독학한다. 출세를 위해 거리낌없이 강남 ‘하우스’에 발을 들인다. 허름한 반지하방에서 타워 팰리스로의 상승을 꿈꾼다. 부를 향한 욕망이 노골적이다. 평경장을 스승으로 대한 고니와 달리 하우스 사장 꼬장(이경영)을 두목으로 모신다. 고향을 떠나기 직전 만난 미나(신세경)에게 순애보를 바치는 양 묘사되는데 목표 의식이 매우 강한 대길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길은 돈이라는 종착점과 사랑이라는 목표, 복수라는 쾌감을 향해 돌진한다. 고니보다 저돌적이다. 대길도 내면의 성찰이 아닌 광철(김인권)의 비극적인 죽음 때문에 노름에서 손을 뗀다.

두 중심인물의 다른 성격과 이질적인 행보 때문일까. ‘타짜’는 생략법과 간접화법으로 노름판의 잔혹성을 전한다. 반면 ‘타짜2’는 직설적이다. 전편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총격에 너덜해진 사람의 손을 보여주는 장면 등에 피비린내가 진하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라는 속설이 있다. 속편들은 좀 더 자극적인 설정과 강한 캐릭터로 전편을 넘어서려 한다. 속편의 업보다. 성공한 전편의 감독들이 속편에서 다시 메가폰을 잘 쥐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예외는 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대부2’까지 만들며 전편보다 더 큰 갈채를 이끌었다). ‘타짜2’도 속편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 것일까.

‘타짜2’는 상업성은 높으나 정감은 떨어진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로 따스한 웃음을 빚어냈던 강형철 감독의 변신에 쉬 박수가 쳐지지 않는다. ‘타짜’ 이후 8년 동안 변한 사회적 정서의 반영이라 봐야 할까. 이유야 어쨌든 ‘타짜2’는 가까이하기엔 좀 살벌한 오락영화다.

wenders@hk.co.kr

▶'타짜' 결정적 장면

▶'타짜-신의 손'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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