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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노골적 '아베 편들기'… 한국에 화해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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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노골적 '아베 편들기'… 한국에 화해 유도

입력
2015.08.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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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서도 "모호한 용어 실망" 불구

"아베 깊은 회오 표현 환영" 성명

"中 견제 위해 日 방위력 강화 필요 탓"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이날은 종전 70주년 기념일이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이날은 종전 70주년 기념일이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직후 미국 백악관이 환영입장을 밝힌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담화 발표 후 한국 중국 등 일본 침략전쟁의 피해국들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언론이 한 목소리로 “제대로 된 사죄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고노, 고이즈미 담화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실망스럽다”며 “설상가상으로 아베 총리는 제국주의 일본으로부터 잔혹한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과 다른 이웃 국가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을 비롯 미 의회도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백악관이 서둘러 환영 논평을 낸 것은 ‘아베 총리가 사과했으니, 이제 일본과의 대립관계를 해소하라’는 한국 정부를 향한 간접 메시지라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가한 고통에 대해 ‘깊은 회오’(悔悟ㆍdeep remorse)의 마음을 갖는다고 표현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이전 정부의 역사 관련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 약속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앞으로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일본의 의도를 확약한 것을 평가한다”면서 “일본은 전후 70년 동안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줬으며 이런 기록은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15일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담화에 일본 내 우익세력과 피해국들이 요구하는 상호 모순되는 ‘키워드’를 모두 담은 꼼수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그 동안 아베 담화에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 등을 담을 것을 직간접적으로 일본 정부에 요구해왔다. 이 요구에 맞춰 아베 담화에는 ‘회오’를 비롯 ‘통석의 염’ ‘애끓는 심정’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전체 맥락을 보면 누가 누구에게 사과하는 것인지, 누가 무엇을 반성하는 것인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위안부에 대한 사과도 “전시 하에 수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크게 손상된 과거”라는 표현으로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지 끝내 숨기고 있다.

백악관이 이런 점은 외면한 채 등장하는 단어 몇 개를 들먹이며 일본 정부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외신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절실히 필요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한일 관계에 대해 진정한 화해를 중재하기 보다는 일본 편에 서서 관계 회복을 강요하는 입장에 선다면, 한국정부의 선택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아베 담화로 반일 감정이 더욱 증폭된 한국 내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면 한일관계의 획기적 개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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