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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별꽃 5인, 영원한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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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별꽃 5인, 영원한 빛으로…”

입력
2017.11.19 14: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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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313일 ‘마지막 인사’

주말 미수습자 빈소 추모 행렬

침몰 해역ㆍ단원고 흙 봉안함에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가족들이 추모식을 통해 국화꽃을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가족들이 추모식을 통해 국화꽃을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푸른 청춘을 애석하게 마무리한 너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19일 경기 안산시 제일장례식장 1층. 수학여행을 떠났다 3년7개월 긴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돌아온 단원고등학교 고(故) 양승진(참사 당시 57) 교사와 남현철(17)ㆍ박영인(17) 군을 추모하는 노란색 물결이 빼곡했다. ‘하늘의 별이 된’ 이들을 마주한 유가족과 옛 동료, 친구들은 고인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이별을 담담히 준비했다. 침통하고 비통한 표정이었지만, 기억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대학생 전모(20ㆍ여)씨는 “2014년 참사 때 같은 2학년이었다”며 “영인이와 현철이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변화하는 길에 참여하면서 실천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빈소에는 전국에서 온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도 다녀갔다.

비슷한 시각,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세월호 희생자 고 권재근(51)씨와 혁규(7) 군의 빈소에도 유족의 아픔을 나누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권씨의 영정사진에는 역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였던 아내 한윤지씨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헤어진 부부가 1,313일 만에 장례식장에서 만난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전날(18일) 오후 안산에 이어 권씨 빈소를 찾아 권씨의 형 권오복씨 등 유가족을 위로하며 술잔을 건넸다.

이들 미수습자 5명은 자신들을 삼킨 세월호가 육지로 인양 거치된 지 221일만인 18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을 떠났다. 고별 인사가 된 추모식은 애초 세월호 선수 정문에서 열리기로 했으나, 떠나는 발길을 시샘하듯 거센 강풍이 몰아치면서 목포신항 사무실로 옮겨 거행됐다. 세월호 4ㆍ16가족협의회,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전(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 국민의당 박지원ㆍ천정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ㆍ윤소하 의원과 목포시민 등 300여명이 미수습자 5명의 가족 곁을 지키며 마음속으로 이들을 묻기로 다짐한, 숙연한 자리였다.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 입구에는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희망담긴 노랑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 입구에는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희망담긴 노랑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추모식은 천주교ㆍ원불교ㆍ불교ㆍ개신교의 종교의식, 헌화, 추모시 낭송 등의 순으로 거행됐다. 헌화하던 권씨의 누나 정순씨는 동생과 조카(혁규군)의 영정을 마지막으로 어루만지며 “너희들만 왜 안 나오는 거야, 왜 못 나왔어”라며 울부짖어 장내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추모시 ‘노란 별꽃으로 피어날 5명, 꺼지지 않는 희망과 꿈의 빛으로 영원히 밝혀지리라’가 울려 퍼질 때는 미수습자에 대한 그리움과 유가족들의 한 맺힌 고통의 시간이 뒤엉켜 참석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목포신항은 추모식을 마치고 세월호 마지막 미수습자 영정을 실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목포신항은 추모식을 마치고 세월호 마지막 미수습자 영정을 실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미수습자의 영정과 유품을 태운 운구 차량은 세월호 선체를 한 바퀴 돌아 수색 작업자들이 묵념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받으면서 목포신항을 떠났다.

미수습자들은 삼일장을 마친 20일 영면에 들어간다. 이들의 유품은 수원 연화장 등지서 화장된 뒤 희생자들이 안치된 평택 서호공원, 인천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으로 옮겨진다. 봉안함에는 세월호가 수장돼 있던 진도 맹골수도 해저 흙이 들어간다. 정부는 시신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해 사고 현장 수심 40여m 바닥에서 흙을 채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원고 미수습자 3명의 봉안함에는 모교에서 뜬 흙도 함께 담긴다.

목포=글ㆍ사진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ㆍ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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