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또 안전불감증… 차도 바로밑 80m 구멍 '큰일날 뻔'

알림

또 안전불감증… 차도 바로밑 80m 구멍 '큰일날 뻔'

입력
2014.08.14 16:05
0 0

서울 석촌지하차도 앞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큰 80m 길이의 동공이 발견돼 지반침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을 시공하는 삼성물산이 연약한 지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터널을 파 발생한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지만, 서울시도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서울시와 시공사 모두 공사 시작 때부터 이미 연약한 지반과 해당 공법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또다시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차도 밑 80m 구멍…부스러진 자갈벽 '아찔' = 14일 조사단이 발견했다는 폭 5∼6m, 깊이 4∼5m, 연장 80m의 동공에 직접 들어가봤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전날까지만 해도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녔던 차도로부터 불과 3m 아래에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시공사가 해당 구간을 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조사단은 쉴드 기계로 연약한 지반을 뚫고 나서 제대로 그라우팅(틈새를 메우는 것) 작업을 하지 않은 탓에 동공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천장 형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라우팅 작업을 부실하게 하면 지하수가 과다하게 유입돼 지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동공이 언제 생겼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굴착 직후 생겼다면 10개월이 넘는 기간 그 위로 차량이 오간 셈이 된다.

무너져 내린 벽에는 해당 구간이 과거 한강 물줄기였던 것을 증명하듯 주먹 만한 자갈들이 엉성하게 박혀 있었다. 벽은 손으로 살짝 건드려도 부스러졌다. 아래에는 고인 물과 흙, 시멘트가 서로 섞여 펄이 형성됐다.

한 조사위원은 "지하수가 유입돼 충적층이 흘러나가면서 동공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자갈이 박힌 벽은 수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아직 부실한 책임감리제와 여전한 안전불감증 = 조사단은 싱크홀과 동공 발생의 1차적 원인을 시공사의 부실공사로 돌렸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연약한 지반, 모래 자갈층, 암반층을 한번에 뚫는 공사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런 구간을 쉴드기계로 뚫고 제대로 보강 작업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모든 책임은 시공사에서 진다"고 답했다.

9호선 3단계 공사는 턴키방식으로 진행,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져 서울시는 완성품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서울시의 이날 발표는 최종적인 게 아니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라고 선을 그어 냉기류를 보였다.

해당 공사는 책임감리제로 진행돼 관리감독의 법적 책임은 감리사에 있는 게 맞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 후 책임감리제를 대폭 손질, 시의 관리감독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허점이 발견됐다.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안전불감증 역시 다시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2009년 계약 후 4차례에 걸쳐 해당 구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한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면서도 공법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았고 서울시 역시 대책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싱크홀이 발생하고 나서도 일주일 넘게 조사를 벌이다 '운 좋게' 동공을 발견했다.

박 교수는 "조치가 제대로 안 됐으면 10m 이하로 자동차가 곤두박질 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10인이 참여한 조사단은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앞에 발생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 외에 지하도 중심부에 폭 5~8m, 깊이 4~5m, 연장 80m의 공동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