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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생이 배울라… 교장선생님의 '돈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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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생이 배울라… 교장선생님의 '돈 선거'

입력
2015.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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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교장회 중앙회장 선출 혼탁

300만원 살포 드러나 후보 사퇴

다른 후보는 "특정 종교 지지를"

교장들에 추천서 무더기 발송 물의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현직 교장이 유권자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현직 교장이 유권자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23일 대구에서 열리는 (사)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이하 사립교장회) 중앙회장 선거가 돈봉투 살포와 특정 종교 후보자 지지 추천서 무더기 발송 등 혼탁선거로 얼룩지고 있다. 이 단체는 전국 사립중고교의 대부분인 1,600여개 교장들이 가입한, 사립학교 최대 단체다.

21일 사립교장회와 일선 사립학교 등에 따르면 23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리는 중앙회장 선거에 3명의 후보가 등록했는데 이중 경기지역에서 출마한 A후보 측이 유권자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선거관리를 맡은 사립교장회 산하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자 이 후보는 자진 사퇴했다.

또 남은 두 후보 중 B후보는 특정 종교학교연합회 이사장 명의의 추천서를 연합회 소속 학교장들에게 무차별 발송,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K고 교장인 박 모 이사장 명의로 된 추천서는 “특정 종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B후보가 특정 종교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전국 300여명의 교장들에게 팩스로 발송된 이 추천서는 당초 알려진 박 교장이 아닌 B후보측이 보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박 교장은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고교 후배이면서 같은 종교인인 B후보가 ‘선배님, 추천서 한장 부탁합니다’고 하길래 써 준 사실은 있다”며 “나중에 B후보가 팩스로 전국 연합회 학교장들에게 보낸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추천서를 받은 한 교장은 “민주교육 발전과 창달을 위해 사학인들이 만든 순수 민간교육단체인 사립교장회 회원교장들이 교육발전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금품을 돌리고 특정종교를 가진 후보자 지지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내는 행태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사립교장회측 소극적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립교장회 이사회는 20일 오후 긴급 선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B후보가 추천서를 팩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안면이 있는 교장들에게만 보낸 만큼 잔치 분위기에서 선거를 치르자”고 결정했다. B후보에게 경고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예정대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학교의 운영에 관한 연구와 교육의 질적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인 사립교장회는 중앙회와 전국 16개 시ㆍ도별 사립중고등학교장회가 있다.

임기 4년인 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 비상근 자리이지만 연간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고, 일정액의 활동비도 지급된다. 특히 주요 정책개발이나 연구백서발간, 정기세미나, 국제교류 간행물사업, 각종 장학ㆍ표창 사업 등에서 얼굴을 낼 수 있어 감투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전까지는 대의원들이 투표해 뽑는 간선제로 중앙회장을 선출했지만 이번부터 전체 회원들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사립교장회 관계자는 “3명의 후보 중 1명은 금품살포로, B후보도 특정종교단체 지지 추천서 발송이 문제가 됐다”며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직접선거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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