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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다르지만... 불안 파고드는 ‘이슬람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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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다르지만... 불안 파고드는 ‘이슬람 포비아’

입력
2015.1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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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배후 지목된 무장단체 탓

“무슬림들 신경 쓰여” 경계의 시선

국내 거주 무슬림 인구 20만명

서울 이슬람중앙성원엔 적막감

“테러 발생 때마다 오해 안타까워”

[파리 테러 희생자 추모 예배]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슬람교 사원에서 일렬로 늘어선 무슬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가 프랑스 파리에서 자행한 테러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파리 테러 희생자 추모 예배]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슬람교 사원에서 일렬로 늘어선 무슬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가 프랑스 파리에서 자행한 테러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프랑스 파리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목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 사회에도 불편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테러 희생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고조된 것 못지 않게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 역시 증폭돼 ‘이슬람 포비아(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로 확산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16일 찾은 서울 한남동 이슬람중앙성원은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이 교차하듯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매일 정오쯤 열리는 예배에는 평소보다 10여명이 적은 20여명만이 참석했고, 예배를 마친 이들도 이내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청해도 외부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거절하기 일쑤였다. 서울 이태원에서 15년째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 중인 파키스탄 출신 탄위르 아브하시(44)씨는 “프랑스 테러 후 무슬림이 많이 사는 이태원을 벗어나 외출이라도 나가면 한국인들이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IS의 극악무도한 테러가 자행될 때마다 매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푸념했다.

무슬림들은 “우리는 IS와는 다르다”며 억울한 심경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행차 한국을 방문 중인 말레이시아 출신 주리나 샤리프(37)씨는 “IS가 테러를 저질렀다고 해서 무슬림 전체를 이들과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라며 “이슬람교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죽이지 않는 종교인데 일련의 테러로 오해를 낳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5년 째 대구에서 살고 있는 모로코 출신 미라 아쉬마(34ㆍ가명)씨 역시 “IS는 진짜 이슬람과는 거리가 먼 심장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무슬림들도 희생자에 애도를 표하며 테러 집단에는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고 전했다.

‘테러 집단’이라는 편견에서 탈피하기 위한 무슬림 내부의 자구책도 시행되고 있다. 이슬람중앙성원은 지난달부터 1,000여명의 무슬림 신도가 몰리는 매주 금요일 이슬람교 주일 예배 행사 때는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방문객 검문을 하고 있다. 중앙성원 관계자는 “IS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는 동시에 극단주의 세력과의 차별화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소와 노력에도 국내 무슬림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해마다 세를 불리고 있는 무슬림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의 무슬림 인구(지난해 기준)는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무슬림 3만5,000여명과 장ㆍ단기 체류자 14만3,500여명, 불법체류자 2만여명 등이 국내에 거주한다.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도 매년 60만명이 넘는다. 중앙성원 인근 무슬림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박모(30)씨는 “무슬림과 부대껴 살면서도 끔찍한 테러 뉴스를 접할 때면 간담이 서늘해지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인 정모(25)씨는 “IS와 일반 무슬림이 명백히 다른 부류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테러가 생기면 길거리의 무슬림에게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막연한 ‘이슬람 포비아’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역학 문제에서 비롯된 테러리즘과 한국의 사정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는 “국내 무슬림은 대부분 돈을 벌러 온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인으로 자생적 테러 조직인 IS와는 거리가 있다”며 “오히려 이번 일로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커지면 의도치 않은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역사ㆍ정치적 역학문제로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와 달리 우리는 중동 국가와 경제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라며 “반인륜적인 행태에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책임감 있게 대응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건강한 주류 무슬림 공동체가 와해되지 않도록 끌어 안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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